미국과 중국 등 해외에서 시작한 대규모 쇼핑 행사 열기가 국내까지 번지면서, 유통업계 대목인 추석과 연말 사이에 끼어 그간 성과 부진을 면치 못했던 11월이 새로운 ‘유통 성수기’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최근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는 소비자들이 다양한 해외 직접구매(직구) 플랫폼을 찾고 있어 마케팅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해외 직구 플랫폼들이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저렴하고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자 국내 e커머스 업체들도 잇달아 대규모 판촉전을 여는 등 경쟁에 적극 뛰어드는 모양새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C-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가 자국 연중 최대 쇼핑 행사인 광군제(11월 11일)를 맞아 진행한 판촉전에서 가전·디지털 상품군 매출이 전일 대비 41배 급증했다. 광군제는 2009년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시작한 행사로, 2010년대부터 국내에서도 대표적인 쇼핑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가 광군제(11월 11일)에 열린 판촉 행사 ‘알리운빨쇼’에서 발언하는 모습. 알리익스프레스 제공
알리익스프레스는 광군제 첫날 한국 기업 상품을 판매하는 ‘K-베뉴’ 입점 업체 판매액(GMV)이 전체 매출의 약 50%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시작한 쇼핑 행사가 국내 소비 진작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알리는 입점 업체와 소비자 수가 늘면서 월간 사용자 부문에서 e커머스 1위 기업 쿠팡에 이어 올해 10개월 연속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알리는 지난해 10월 K-베뉴를 처음 개시한 데 이어, 지난 3월부터는 ‘1000억 페스타’라는 이름으로 무기한 할인 행사를 여는 등 국내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알리 관계자는 “1인 가구 수요를 겨냥한 공동구매 방식의 ‘그룹 딜’은 신선식품부터 주방용 소형가전·생활용품·전자기기까지 다양한 품목을 저렴하게 제공해 소비자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e커머스 아마존과 손잡은 11번가는 지난 21일부터 해외 직구 입점업체 1만여 곳이 참여하는 쇼핑 축제 ‘2024 블랙프라이데이 오리지널’을 진행하고 있다. 고환율에도 불구하고 가격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며 수백만 개 인기 직구 상품을 최대 70% 할인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1960년대 미국에서 시작한 쇼핑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는 통상 11월 마지막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 날 열린다. 많은 소비자들이 쇼핑에 참여해 장부가 흑자로 기록되는 날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커넥트웨이브가 운영하는 직구 플랫폼 몰테일도 올해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상품 할인 및 무료배송을 지원하는 ‘무배절’ 행사를 연다. 쿠팡도 오는 29일까지 식품 1000여 종을 최대 51% 할인 판매하는 ‘푸드 블랙프라이데이’를 진행한다.
업계에선 고물가에 따른 소비침체가 이어지면서 11월 광군제·블랙프라이데이 등 해외발(發) 쇼핑 행사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대규모 할인 행사를 통해 그간 쌓인 재고를 털어낼 수 있고, 소비자들은 평소 구매하고 싶었던 상품을 싼값에 구매할 수 있는 등 양측이 모두 만족할 만한 ‘윈-윈’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해외 직구 통관 물량은 지난 9월까지 1억3300만 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직구 규모를 뛰어넘어 역대 최대 물량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한국정책학회가 최근 해외 직구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조사한 결과, 해외 직구 이용자로 설문에 응답한 84%는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직구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유통업계 대표 비수기로 꼽혔던 11월이 이제는 유통업체들이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허물기 위해 경쟁적으로 할인전을 진행하는 중요한 시기가 됐다”며 “물가와 생활비 부담이 계속 높아지는 가운데 광군제나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해외 직구 할인 행사가 합리적인 지출관리에 도움을 준다는 측면에서 소비자들에게 점점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