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했습니다 - 고근형(34)·손예린(여·34) 부부

“제 여자친구 반지 치수 좀 재어주실래요?”

저(예린)는 남편의 이 한마디에 깜짝 놀랐어요. 그때는 소개팅하고 두 번째 만나 아직 썸을 타는 단계였거든요. 저는 남편에게 호감이 있었는데, 남편도 저를 좋아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어 너무 기뻤답니다.

2021년 10월, 저희는 소개팅으로 처음 만났어요. 남편 첫인상은 ‘단정과 깔끔’이란 단어로 정리될 것 같아요. 성격도 외형과 비슷했어요. 흥분하지 않고 잔잔하고 신중하게 말을 이어갔죠. 사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호감이 갔답니다.

두 번째 만남 때 영화 데이트를 하려고 했는데요. 갑자기 엄마에게서 전화가 걸려와 제 반지를 맞추려고 하니 치수를 알려달라고 하시는 거예요. 제가 당황하니 남편이 절 이끌고 액세서리 가게를 함께 찾아줬어요. 그리고 가게 사장님께 절 여자친구라고 소개하더라고요.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한 저희는 그다음 만남에서 연인이 됐죠.

서로 좋아했지만, 고백 과정이 순탄치 않았어요. 두 번째 만남 때 못 봤던 영화를 보기 위해 자동차 극장을 갔는데요. 자동차 극장이 처음인 남편의 실수로 차가 방전돼버린 거예요. 결국, 영화가 끝나고 모든 관객이 빠진 상태에서 어두컴컴한 극장 한가운데 남편과 저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죠. 보험사 차량이 와 문제를 해결해 줬고, 남편은 자정이 넘은 시간에 저를 집에 데려다주면서 고백했어요.

남편은 항상 절 먼저 생각하고 배려해요. 연애를 시작한 지 반년도 지나지 않아 남편에게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는데요. 남편은 서로 더 알아갈 필요가 있다고 했어요. 자신이 아니라 저를 위해서요.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데, 결혼해도 괜찮냐고 되물어 봤어요. 진중한 데다 저를 먼저 생각하는 사려 깊은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물론 얼마 뒤 여러 대화를 거치며 저희는 결혼 준비를 시작했고, 지난해 9월에 부부가 되었습니다.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 둘만의 시간을 더욱 행복하게 보낼 계획이에요.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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