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20번째 앨범 콘서트
이틀간 관객만 1만7000명


“그 소녀 데려간 세월이 미워라.”(단발머리)

그 소녀들의 머리칼은 어느덧 희끗하다. 그리고 그들을 ‘소녀’라 불렀던 가수 조용필(사진)은 74세 가을을 맞았다. 최근 20번째 정규 앨범을 내며 “마지막 앨범”이라고 선언했지만, 23∼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옛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조용필&위대한탄생 콘서트’에서 함께 세월의 더께를 쌓아온 오빠와 오빠부대는 여전히 소년, 소녀였고 싱그러운 청춘이었다. 이틀간 그를 보기 위해 1만7000명이 모였다.

이날 약 130분간 진행된 공연은 마치 ‘순정품’과 같았다. 겉치레와 군더더기를 걷어내고 오로지 노래에 집중했다. 일자형으로 구성된 무대 중앙에서 가왕이 무게 중심을 단단히 잡았고, 밴드 위대한탄생과 코러스가 양옆을 지켰다. 세월을 비껴간 음색과 활력에 관객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고, 그는 “내 나이 때 이렇게 할 수 있겠어요?”라고 은근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조용필은 2시간여 동안 28곡을 추려서 선보였다. ‘아시아의 불꽃’으로 박차고 나간 그는 ‘자존심’ ‘물망초’ ‘나는 너 좋아’ ‘그대를 사랑해’를 연이어 불렀다. 조용필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무대였다. ‘돌아와요 부산항에’ ‘창밖의 여자’ ‘미지의 세계’ ‘모나리자’ ‘킬리만자로의 표범’ 등 전주만으로 관객을 전율케 하는 곡이 쉼 없이 쏟아졌고, 20집 타이틀곡 ‘그래도 돼’는 공연장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공연의 말미는 역시나 ‘여행을 떠나요’. 가왕은 관객의 ‘떼창’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뒤이은 앙코르 무대에선 ‘추억 속의 재회’ ‘꿈’ ‘바운스’를 선사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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