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성공한 리더 옆에는 어김없이 좋은 참모가 있다. 참모 자체가 능력이 출중할 수도 있지만, 리더가 훌륭한 참모를 고르고 그를 늘 곁에 두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아무리 능력이 훌륭한 참모라도 리더가 말을 듣지 않거나 부하로 취급한다면 제갈공명이 와도 불가능하다.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비서실장, 국방장관을 두루 지낸 도널드 럼즈펠드는 ‘럼즈펠드 규칙’이라는 백악관 참모론을 주장한 바 있다. 백악관 비서실장의 덕목으로 ‘대통령에게 욕을 퍼붓는다고 생각할 만큼 직언을 할 용기가 없으면 즉각 사임하라’고 했다. 또, 대통령 측근이 되는 대가는 ‘나쁜 소식을 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에게 진실을 전달하지 않거나 상황을 왜곡해서 전달할 때 그 피해는 오롯이 대통령과 국민에게 돌아온다. 특히, 그는 “누구든 대통령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말할 기회를 박탈하거나 회의에서 제외하지 말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쇄신을 위해 대통령실 참모와 내각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역대 대통령 중 집권 2년 반을 넘긴 윤 대통령이 참모를 자주 교체하는 축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서실장만 해도 김대기-이관섭에 이어 이번에 정진석 실장이 교체되면 1년에 1명꼴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참모들과 소통이 되지 않아 김기춘 비서실장조차 수시로 보고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정 실장은 5선에 국회 부의장까지 지낸 정치인인데도 윤 대통령이 제22대 국회 개원식과 시정연설에 참석하지 말라고 건의했다고 한다. 가뜩이나 지지율이 좋지 않고 거야(巨野)가 버티고 있는 국회를 대통령이 찾지 않겠다는 것은 사실상 정치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 직을 걸고라도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관철했어야 하는데 대통령의 심기만 살피니 스스로 참모가 아닌 부하를 자처한 것이다. 홍철호 정무수석은 지난 7일 대통령 기자회견 때 ‘무엇에 대해 사과하는지 명확히 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을 “무례하다”고 했다. 참모가 아니라 왕의 신하를 자처한 발언이다. 아마도 비서실 전체의 경직된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귀를 열지 않는다면 누가 다시 임명돼도 소용이 없다. 변화와 쇄신은 윤 대통령 자신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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