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인사 키워드 ‘反中’ 공산 독재 中 부상에 견제 강화 이념 놓고 맞붙은 신냉전 시대
美中 대결 최전선에 있는 AI 대중 반도체 수출도 쉽지 않아 중국에 의존하는 생각 버려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승리 이후 거의 매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인사를 발표하고 있다. 그중 트럼프 2기의 외교·안보·통상을 맡을 인물들은 초기에 지명됐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하나의 키워드로 통일된다. 바로 반중(反中)이다.
국무장관에 지명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홍콩 민주주의 및 자치권 침해 문제와 관련해 홍콩·중국 당국자들을 제재하는 법안을 주도하는 등 미 의회 차원의 각종 중국 제재 활동에 항상 이름을 올려왔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클 왈츠 하원의원은 하원 중국 특별위원회에서 활동했고, 2021년 한 행사에서는 “우리는 공산당과 냉전 중”이라고까지 선언한 인물이다. 상무장관으로 발탁된 하워드 러트닉 캔터피츠제럴드 CEO도 “중국에 관세를 매기면 4000억 달러(약 560조 원)를 벌 수 있다”고 말한 강경파다. 이들은 하나같이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이 미국에 도전하고 있으며, 이러한 도전을 분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중국은 신형대국관계를 내세워 미국 패권에 도전해왔다. 시 주석은 2013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광활한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대국을 수용할 만큼 넓다”고 말했고, 2023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만남에서는 “넓은 지구는 중국과 미국이 각자 발전하고 함께 번영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겉으로는 미·중 공존을 내비친 것이지만 말 속에는 미국에 대한 도전 의사가 담겨 있었다. 특히, 중국은 홍콩 반환 당시 국제사회에 약속했던 일국양제를 저버리고 홍콩의 자유민주주의를 말살시켰다. 이러한 중국의 행보는 미국의 경계심을 자극했고, 미국은 공산 독재국가인 중국이 더 이상 부상하는 것을 막으려 움직이고 있다. 이는 트럼프 1기에서 인도태평양 전략과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로,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오커스(미국·영국·호주 3국 안보동맹)와 한미일 3국 협력으로 나타났다. 세계가 다시 한 번 이념을 놓고 다투는 신냉전의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이러한 전쟁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되는 곳은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이다. AI와 같은 첨단산업은 과거 전기나 도로와 같이 향후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될 기술이다. 미국은 이러한 AI 등 첨단기술에서 앞선 지금이 중국을 누를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철저하게 중국을 배제하는 중이다. 과거 소련과의 냉전 시대에 핵을 놓고 다퉜다면, 이젠 AI 등을 놓고 경쟁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대중 반도체 수출이 중국에 단순히 반도체를 파는 경제적인 문제라고 설명한다고 해서 용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아직 먼 얘기지만, 트럼프 집권 2기가 끝난다고 하더라도 중국을 분쇄하려는 미국의 정책에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미국 의회 초당적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과의 첨단기술 경쟁에 앞서기 위해 AI와 양자 기술 투자 확대 및 대중국 수출 통제 강화를 권고했다. 특히 범용인공지능(AGI)을 개발하기 위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핵폭탄 개발 계획 이름을 딴 ‘뉴 맨해튼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중국과의 경쟁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을 앞서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군국주의 일본을 패망시켰던 핵폭탄 개발 계획 이름을 언급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인민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두고 치열하게 맞붙는 신냉전 시대에 들어선 지금, 국익을 위해서는 중국에 의존적인 경제 구조를 바꿀 전략을 짜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 브라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있어 미국과 중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미·중을 같은 반열에 놓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 때문에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현재 한미동맹이라는 외교의 축을 중국으로 바꿀 수 있음을 내비쳤다는 우려를 낳았다. 지금은 잘살기 위해 경제를 놓고 경쟁하는 시대가 아닌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이념을 놓고 싸우는 신냉전의 시대다. 다시 찾아온 냉전의 시대에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같은 줄타기 외교가 설 자리는 그리 넓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