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큰 서울 건축물의 불빛이 빚어내는 한강의 밤 풍경은 정말 멋지다. 세계 6대 마라톤대회를 모두 완주하며 외국 여행을 많이 다닌 필자의 동료 선생님은 한강만큼 멋진 강을 다른 나라에서는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낮 풍경도 그렇지만, 밤 풍경은 특히 비교 불가란다. 버스나 자가용을 타고 여의도 등 한강 가의 한 곳에 가서 보는 밤 풍경도 분명 멋지지만, 한강 가를 따라 길게 걸어가며 시시각각 변해가는 밤 풍경을 경험하는 것은 황홀 그 자체다. 세계적인 밤 풍경이라 자신 있게 말해도 틀리지 않는다.

한강 가를 따라 걷다 보면 의외로 도시의 빌딩숲이 전혀 또는 거의 보이지 않는 곳도 만난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두 곳인데, 그중의 하나가 여의도의 샛강이다. 여의도를 개발할 때 없애고 싶었지만, 홍수 때 넘치는 물을 조금이라도 더 감당하라고 남겨두었다는 이야기를 어렴풋이 들은 것 같다. 아마 그때는 황폐하게 보이는 풍경이라 없애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우리나라가 잘살게 되면서 샛강은 시내가 흐르고 나무가 무성한 멋진 숲속 공원으로 재탄생했다. 그 속에 흠뻑 젖어들면 꿈속의 동화나라를 걷는 느낌이다.

샛강의 이름도 잘 지었다. 강이야 한자 소리지만 ‘샛’은 ‘사이’라는 우리말로, 한강에서 본류가 아닌 작은 강이라는 의미다. 그럼 강까지 우리말로 바꾸면 무엇일까? 서울에 그런 지명이 남아 있다. 잠실의 새내다. 잠실은 원래 섬이었고, 한강의 본류는 잠실 동쪽의 석촌호수가 있는 곳으로 흘렀다. 서쪽은 평소에는 좁게 흐르다 홍수 때만 물이 많아 새내라고 불렀는데, 강남 재개발 때 본류를 막아버리고 새내를 엄청나게 늘려서 본류로 만들었다.

한자로 新(새 신)과 川(내 천)의 뜻을 빌려 新川이라 표기했고, 일제강점기 이후 한자 소리인 신천리와 신천동으로 불렀다. 그리고 이곳에 있던 지하철 2호선의 역명도 신천역으로 정했는데, 2016년 12월 잠실새내역으로 개명했다.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한 필자의 마음을 전한다.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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