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열린 아이폰 신제품 출시 행사에 참석해 손가락으로 ‘V’를 그려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열린 아이폰 신제품 출시 행사에 참석해 손가락으로 ‘V’를 그려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미국 재계가 팀 쿡 애플 CEO의 ‘면담의 기술’을 배우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쿡 CEO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독창적인 방식으로 백악관과 친분을 쌓았다. 당시 미국 재계에선 대관 업무를 전담하는 임원이나 로비스트가 백악관과 소통하는 게 관행이었다. 그러나 쿡 CEO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고 식사를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019년 쿡 CEO와의 통화에 대해 "그래서 그가 정말 대단한 경영인이라는 것"이라며 "남들이 통화를 안 할 때 그는 전화를 걸었다"고 평가했다. 쿡 CEO는 트럼프 당선인에 특화된 ‘면담의 기술’도 개발했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트럼프 당선인과의 대화 주제가 생각지도 못한 분야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 단순한 수치로 표현되는 하나의 주제에 최대한 집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쿡 CEO의 노력 덕분에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애플은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지난 2019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일률적으로 10% 관세 부과를 추진했는데, 아이폰은 제외됐다. 당초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서 조립해 수입하는 아이폰에도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었지만 쿡 CEO는 직접 트럼프 당선인에게 관세가 미국 내 아이폰 소비자 가격 인상을 부를 것이라며 ‘삼성 같은 외국 경쟁사에만 유리할 것’이라는 논리로 설득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대상에서 아이폰을 포함한 전자제품을 제외했고, 관세 강도도 낮췄다.

올해 대선 전부터 쿡 CEO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공을 들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0월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쿡 CEO가 전화를 걸어 유럽연합(EU)이 애플에 거액의 벌금을 물리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렸다면서 "유럽이 미국 기업을 착취하는 것을 방관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최근 미국 재계는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하기 위해 발을 구르는 분위기다. 최근 경영상 위기를 맞은 미국의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의 켈리 오토보그 CEO는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해 관세와 통상 정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문제는 이 같은 쿡 CEO의 기술을 따라 배우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존에 트럼프 당선인과 알고 지내는 관계였거나, 이름을 대면 알만한 유명기업 CEO가 아니라면 전화 통화도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보험사 애트나 CEO 출신인 론 윌리엄스는 "팀 쿡 정도 되는 CEO가 아니라면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들을 최소한 서너 번 만나서 당신이 누구인지 알게 만들어야 한다. 관계를 쌓아 나가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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