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의 휴전 협정을 원칙적으로 승인했다고 CNN이 25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CNN은 네타냐후 총리가 최근 열린 이스라엘 안보 회의에서 논의한 뒤 이같이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레바논 정부에 전달될 것으로 예상됐던 협정의 일부 세부 사항에 대해 여전히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또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이러한 세부 사항은 아직 협상 중이며, 모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합의가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며 “휴전 협정은 이스라엘 내각의 승인도 필요하다”고 했다.

평화 협상은 합의를 향해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계속해서 무장 충돌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한 번의 실수’로 협상이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아모스 호흐슈타인 미국 중동 특사는 지난 19일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의 휴전 협정이 이제 손 닿는 곳에 도달했다”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당사국들이 결정할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앞서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지리멸렬한 협상 끝에 60일의 과도기를 갖는 것을 골자로 한 휴전안을 마련했다고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도 지난 24일 이스라엘 측이 헤즈볼라와의 휴전안에 명시된 주요 항목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이 휴전안은 최종 합의만을 남기고 있다.

휴전안은 헤즈볼라군이 레바논 남부 리타니강 이남에서 철수하고 이스라엘군도 레바논 남부에서 빠져나가 ‘완충지대’를 만드는 내용이다. 주변국들은 미국 주도하에 휴전안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감시한다.

양측은 2006년 전쟁을 계기로 유엔 결의안에 따라 헤즈볼라는 리타니강 이북으로, 이스라엘은 레바논 밖으로 철수했다. 그런데 헤즈볼라가 슬그머니 리타니강 남부로 다시 들어와 몰래 로켓 발사대를 설치했고 이스라엘은 “유엔 제재 위반”이라며 헤즈볼라군의 철수를 요구해 왔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레바논의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포격을 받은 건물들이 붕괴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5일(현지시간) 레바논의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포격을 받은 건물들이 붕괴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9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자전쟁이 시작되자 헤즈볼라는 “하마스를 돕겠다”며 그해 10월부터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를 충분히 제압했다고 판단한 올해 9월 ‘삐삐 테러’를 필두로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10월에는 레바논 국경을 넘어가 지상전에 돌입했다.

양측 간 교전으로 레바논에서 사망자 3500여명, 부상자 1만 5000여명이 나왔다. 이스라엘에서는 군인과 민간인을 합쳐 140명가량이 숨졌다.

이런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 특사로 파견된 아모스 호치스타인 백악관 선임고문이 지난 20일 “(양측 간 휴전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고 밝히는 등 긍정적 신호가 감지되는 와중에 이번 보도가 나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그 동안 휴전안을 제동을 걸어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전쟁이 끝나고 자연인이 되면 불체포특권이 사라져 수사와 재판이 재개된다. 이에 자신의 감옥행을 미루려고 최대한 전쟁을 오래 끌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21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자신에게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이를 핑계 삼아 휴전안을 결렬시키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23일 호치스타인 특사가 “이스라엘이 수일 내로 휴전하지 않으면 중재에서 발을 빼겠다”고 경고하자 마지못해 장관들과 정보 수장들을 소집해 휴전안을 논의했다고 액시오스는 설명했다.

박세영 기자
박세영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