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임회장. 연합뉴스
조성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임회장. 연합뉴스


"오늘날 교회는 계속해서 분열하고 있어요. 그것은 죄를 짓고 있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리스 출신으로 26년간 한국에서 사목활동을 해 온 조성암(64·암브로시오스 조그라포스) 한국 정교회 대주교는 최근 서울 마포구 성 니콜라스 대성당에서 한국 교계를 향해 쓴소리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 선임을 계기로 열린 간담회에서 조 대주교는 "그리스도교가 여러 분파로 나뉘어 경쟁하는 듯한 방식으로 복음을 전하고 있다"면서 "조금만 교파가 달라도 서로를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느낀다"고 말했다. "하느님과 예수님의 뜻은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교회의 하나 됨을 위해 애쓰려고 합니다."

정교회(Orthodox Church)는 옛 동로마 제국의 국교로서 콘스탄티노플을 중심으로 발전한 기독교의 한 교파이다. 가톨릭과 함께 그리스도교에서 가장 오래된 두 종파 중 하나로 1054년 로마를 중심으로 하는 서방 교회와 분리됐다. 조 대주교는 "여전히 나에게 그리스도를 믿느냐 라고 묻는 한국인들이 있다"면서 "일부 개신교에선 100% 정교회 신자들이 사는 그리스에까지 가서 선교를 하는데, 이것이 분열과 문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임회장에 선임된 한국 정교회 조성암(암브로시오스 조그라포스) 대주교. 뉴시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임회장에 선임된 한국 정교회 조성암(암브로시오스 조그라포스) 대주교. 뉴시스.


조 대주교는 교계뿐 아니라, 최근 한국 사회에서 오랜 미덕이나 전통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얼마 전 한 결혼식에 갔다가 하객들이 형식적으로 축의금을 낸 뒤 바로 피로연장으로 직행해 버리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한국에 부임했던 초기와는 너무 달라진 풍경이라고 했다. 그는 "이걸 두고 누군가 ‘코리안 스타일(한국식)’이라고 했는데,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면서 "한국에는 가족 간 유대, 사람들 사이의 정(情), 훌륭한 음악적 전통, 춤과 노래가 많다. 왜 이런 아름다운 것을 버리고 미국과 같은 스타일을 좇아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사랑의 부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매달림으로써 직접 사랑을 가르쳐 주셨는데, 지금 세상엔 사랑이 너무 부족합니다. 그런데 이 사랑은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행동과 실천을 의미하죠. 희생 없다면 사랑이 아닙니다."

조 대주교는 2016년 11월 한국 정교회 대주교로는 처음으로 NCCK 회장으로 선임돼 1년간 활동한 바 있다. 8년 만에 같은 자리를 맡게 된 그는 "기후 정의 실현을 위해 행동하겠다"며 취임 일성을 전했다. 그는 "기후 위기는 정말 거대하고 중대한 문제"라면서 "우리는 큰 재앙과 파국 직전에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약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기후 위기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한국 교회가 온 지구 생명 공동체를 돌보는 일에 앞장서며, 모든 생명의 존엄이 지켜지는 세상을 위해 불평등에 도전하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960년 그리스 아이기나섬에서 출생한 조 대주교는 1991년 사제 서품을 받고 1998년 아테네 신학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한국 정교회에서 사목활동을 시작했다. 성 니콜라스 주교좌 대성당 주임사제, 대교구 수석사제를 지내고 2008년 7월 한국 대주교로 착좌했다.

박동미 기자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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