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녀들의 머리칼은 어느덧 희끗하다. 그리고 그들을 ‘소녀’라 불렀던 가수 조용필은 74세 가을을 맞았다. 최근 20번째 정규 앨범을 내며 “마지막 앨범”이라고 선언했지만, 23∼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옛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조용필&위대한탄생 콘서트’에서 함께 세월의 더께를 쌓아온 오빠와 오빠부대는 여전히 소년, 소녀였고 싱그러운 청춘이었다. 이틀간 그를 보기 위해 모인 1만7000명에게 가왕은 물었다. “안녕하시죠? 저는 안녕합니다. 저를 아직 ‘오빠’라고 부릅니까?”
지난달 22일 11년 만의 정규 음반 ‘20’을 발매한 조용필은 23일 서울에서 전국 투어의 포문을 열었다. 약 130분 간 진행된 공연은 마치 ‘순정품’과 같았다. 겉치레와 군더더기를 걷어내고 오로지 노래에 집중했다. 일자형으로 구성된 무대 중앙에서 가왕이 무게 중심을 단단히 잡았고, 밴드 위대한탄생과 코러스가 양옆을 지켰다. 그 자리에 꼿꼿하게 선 채 가왕은 음정, 박자 하나 하나에 공을 들였다. 세월을 비껴간 음색과 활력에 관객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고, 그는 “내 나이 때 이렇게 할 수 있겠어요?”라고 은근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조용필이 ‘오빠부대’가 아닌 ‘형부대’를 보듬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숱한 “용필이 오빠’라는 외침 속에 간간이 ”용필이 형“이라는 간절한 목소리가 들리면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가왕은 그 외침을 외롭지 않게 했다. ”내 노래 중에 남자들이 부를 노래가 몇 개 있다. 노래방이라 생각하고 적극 참여해달라“며 ‘남겨진 자의 고독’, ‘기다리는 아픔’을 불렀다.
2시간의 마침표를 찍는 곡은 역시나 ‘여행을 떠나요’였다. ”이제 마지막곡“이라며 집에 돌아갈 준비를 하라면서도 ”여행을 떠나요“라고 부추기는 건 조용필이 매번 관객들에게 거는 장난이다. 그 달뜬 마음으로 앙코르를 외치는 관객들을 위해 가왕은 ‘추억 속의 재회’, ‘꿈’, ‘바운스’를 선사했다.
한편 조용필은 오는 12월 1일까지 서울에서 두 차례 더 공연을 연다. 이후 대구, 부산으로 발길을 이끈다.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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