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을 둘러싼 일본 정부와의 협상에 자신해 왔던 조태열(사진) 외교부 장관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아무런 해명 없이 24일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 참석을 위해 이탈리아로 출국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25일 “조 장관이 상황정리를 하고 관련 지시를 했다”면서도 “구체적 내용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전했다. 조 장관은 일본 측 추도식 하루 전인 23일 “외교 당국 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한국 측 불참을 결정했다.

조 장관은 그동안 여러 공식석상에서 사도광산 협상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내 왔다. 지난 8월 13일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협상 결과는 제가 책임진다”며 “강제성을 포기했다고 비판을 하는데, 강제성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외교부 2차관 시절 군함도 협상에 참여했던 조 장관은 이번 추도식을 사도광산 합의 성과로 자평해 왔다. 그는 ‘정부가 얻은 성과가 무엇이냐’는 야당 의원 질문에 “협상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면 이 자리에 앉아 있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외교부가 추도식 전날까지 입장을 번복하며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가운데, 조 장관은 마지막 일본 측 추도사를 보고받고 최종 ‘불참’ 결정을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함도 때와 마찬가지로 ‘굴욕외교’ 논란이 번질 것을 우려해 예방 차원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협상 결과에 ‘책임’을 거론하며 자신을 보였던 조 장관이 이번 결정 후 배경 설명 없이 출국한 것을 두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다만 대통령실이 일본에 유화적인 입장을 견인해온 만큼 조 장관의 운신의 폭이 크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외교부 실무자들은 추도식에 참석하는 정무관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이력 등은 도외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번 사태를 다른 일본과의 현안과 연계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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