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 사도섬서 별도 추모
반쪽 추도식에 외교책임론 대두
서경덕 “유네스코측에 日 고발”
역사 문제로 한·일관계 악화 땐
트럼프 2기 ‘3각 안보연대’균열
파행으로 점철된 ‘사도(佐渡)광산 추도식’ 사태를 계기로 한·일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년 ‘국교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양측이 추진하던 굵직한 외교적 행사들부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일 여론에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 정책이 흔들리게 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한·미·일 삼각 연대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5일 외교가에 따르면, 한·일 정부는 추도식 파행 사태로 인한 파급력이 어느 선까지 미칠지를 놓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에선 과거사 문제를 놓고 ‘일본 정부에 또다시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일 여론이 커지고 있다. 당장 야당은 정부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처참한 외교로 사도광산 추모식이 일본의 유네스코 등재 축하 행사로 전락했다”며 “해방 이후 최악의 외교 참사”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일본 정부의 계속되는 역사 왜곡, 그에 부화뇌동하는 한국 정부의 굴욕외교가 계속되면 미래지향적이고 정상적인 한·일 관계는 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부가 자체적인 추모 행사를 열기로 한 것은 과거사 문제에 관한 한 일본에 굴복하거나 타협하지 않겠다는 우리 정부의 원칙을 지킨 것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정부의 요구 사항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외교 당국의 안일한 태도 때문은 아니었는지 겸허한 반성과 점검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사도광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당시 한국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기반으로 추도식 개최를 약속했는데, 전날 추도식에선 어떠한 사과나 반성, 강제성 표현도 담겨 있지 않아 논란이 됐다. 일본은 심지어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이력이 있는 이쿠이나 아키코(生稻晃子)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을 정부 대표로 보내 파행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사에 불참한 희생자 유족 9명은 이날 일본 니가타(新潟)현 사도섬 내 조선인 기숙사였던 ‘제4상애료’ 터에서 별도 행사를 개최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우리 국민이 과거사 문제에 매우 민감한 만큼 이번 사태가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에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양국 관계 악화 정도에 따라 내년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추진하던 외교 행사들이 올스톱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날 SNS를 통해 “답사 자료를 엮어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올바르게 알리지 않고 있는 일본의 행태를 유네스코 측에 고발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한·일 간 안보 연대를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역사 문제가 재점화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앞두고 한·미·일 삼각 연대의 불확실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일 연대마저 흔들리면 북한과 중국 등 주변국들의 안보 위협이 더욱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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