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 송재우 기자
그래픽 = 송재우 기자


■ Global Economy - AI도 빈익빈 부익부

중국 26.1%·북미 14.5% ↑
특정 국가가 ‘AI 독점’ 우려

세계 인구 17%인 아프리카
4억 달러 성장에 머무를 듯

전력난에 AI 경쟁 어렵지만
케냐 등은 데이터센터 박차
농업·금융·의료 등 AI 개발




인류 문명의 역사를 바꾼 18세기 후반 1차 산업혁명은 근대 사회의 ‘게임 체인저’였다. 유럽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이후 200여 년간 서구 열강이 ‘퍼스트 무버’(선두주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찾아온 4차 산업혁명은 현대 사회의 게임 체인저로 자리 잡았다.

인공지능(AI)을 앞세운 기술혁신은 세계 각국에 엄청난 기회이자 도전이다. 하지만 1차 산업혁명 때와 마찬가지로 AI 기술 격차에 따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AI 기술혁신을 주도하면서 퍼스트 무버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는 선진국과 달리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들은 또다시 경쟁에서 완전히 뒤처지는 상황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AI 기술이 불러온 세계 양극화=글로벌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AI로 인해 세계경제규모는 2016년 대비 2030년까지 14%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금액으로 환산하면 15조7000억 달러(약 2경2066조 원)로, 현재 중국과 인도의 경제규모를 합한 것보다 많은 액수다. 9조1000억 달러는 소비 측면에서, 6조6000억 달러는 생산성 향상 측면에서 경제 규모를 키울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 역시 생성형 AI가 연간 2조6000억 달러에서 4조4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경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특히 맥킨지는 대규모학습에 의한 생성형 AI 등장에 따라 AI 효과가 15∼4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AI 기술이 국가 간 양극화를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PwC는 AI로 인해 가장 큰 이득을 얻을 지역으로 중국과 북미를 꼽았다. 중국은 AI 발전으로 인해 2030년 국내총생산(GDP)이 26.1% 증가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미 역시 같은 기간 GDP가 14.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해당 기간 두 지역이 얻을 경제적 이득은 총 10조7000억 달러로, 이는 AI로 전 세계가 얻을 이득의 70%에 달하는 액수다.

AI를 특정 국가들이 독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월 처음으로 AI 기술을 국가 전략자산으로 간주하는 국가안보각서(NSM)에 서명했다. AI를 핵무기 같은 국가 전략자산으로 취급해 보호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AI 기술을 핵무기에 버금갈 정도의 전략자산으로 지정한 것이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는 지난 8월 미국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AI 기술로 인해 부자 나라는 더 부자가 될 것”이라며 양극화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최근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AI 국제 거버넌스와 협력을 강화해 AI가 ‘부국과 부자의 놀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경쟁서 뒤처진 아프리카=반면 세계 인구의 약 17%를 차지하는 아프리카의 경우 제반 설비와 인프라 부족, 전기 공급 어려움 등으로 선진국과 AI 개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PwC는 아프리카가 디지털 인프라 부족으로 2030년까지 AI로 인해 창출되는 효과는 4억 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에서 AI 기술 발전이 지체되는 가장 큰 이유로 전기 공급과 인력 등 관련 인프라 부족을 꼽는다.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최근 들어 경쟁적으로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6개국의 향후 3∼5년 이후 데이터센터 규모는 현재의 2.5배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풍부한 수력에너지로 전기료가 선진국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는 점도 동남아가 데이터센터 허브로 떠오른 배경이다. 데이터센터에 근무하는 현지 인력의 인건비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유엔 산하 정보통신기술 표준화 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5G 서비스를 누리는 인구는 6%에 불과하다. 선진국이 89%에 달하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특히 AI에 필요한 데이터센터에 공급되는 전력량은 일반 인터넷보다 14배가량 더 소모한다. 문제는 13억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아프리카 인구 중 절반에 육박하는 6억 명이 전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에서 상대적으로 부국으로 꼽히는 나이지리아조차 1년에 평균 4600시간의 정전을 경험할 정도다. AI 개발을 위한 데이터센터 구동을 위한 전력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물론 아프리카 국가들은 무작정 지켜만 보고 있는 건 아니다. 케냐, 나이지리아, 가나, 에티오피아 등 일부 국가에선 데이터센터 건립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고질적인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한 농업과 금융서비스, 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AI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에티오피아의 ‘아이코그랩스’, 남아프리카의 ‘맘커넥트’, 나이지리아의 ‘쿠디 AI’ 기업이 그 예다. 특히 나이지리아 AI 기업 아와리테크는 올해 초 아프리카 최초의 AI 모델인 다국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공개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전 지역에서 활동하는 데이터 기업인 아프리카 데이터센터(ADC)와 가나 정보기술(IT) 기업인 오닉스 데이터센터는 지난 6월 데이터 보안을 강화하고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입지를 확대하기 위해 가나에 최대 규모의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황혜진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