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화 오디세이’ 展

목판부터 영상까지 총망라
인쇄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서울 종로구 세종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판화 오디세이’ 전시에선 새싹이 자라고 있다. 바로 권순왕 작가가 선보인 ‘자라나는 이미지’. 작가는 물에 적신 목화솜 판에 배추 씨앗을 심었다. 그리고 달마티안(사진)과 사슴 도상을 따라 새싹이 무럭무럭 자란다. 우후죽순 서로 다른 속도로 자라는 새싹을 위해 매일 물을 줘야 하고, 너무 많이 자라거나 썩으면 다른 판에서 키운 새싹을 옮겨 심는다. 그런데, 이것이 판화라고?

판화의 변천사를 살피는 이번 전시는 판화의 특색과 미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작품에서부터, ‘자라나는 이미지’처럼 판화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작품까지 다양하다. 엄밀히 ‘자라나는 이미지’는 판화와 설치미술을 융합했다. 그러나, 판화라는 장르가 단순한 ‘복사’가 아니라 매번 강도와 색의 번짐에 따라 ‘다른 작품’이 된다는 걸 드러내는 사례로, 전시장 가장 목 좋은 곳에 자리했다.

세종미술관 1관과 2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전통 판화에서 동시대 미술로서의 판화까지 압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작품 120여 점을 소개한다. ‘판화’ 하면 팔만대장경, 혹은 목판화를 찍던 미술 수업부터 떠올리는 이들에겐 신선한 예술적 자극이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작가로는 이상욱, 김구림, 김형대, 김상구, 오윤, 이상국, 홍재연, 곽남신, 김승연, 김준권, 김억, 임영길 등 29명이, 해외 작가로는 알렉스 카츠와 우고 론디노네, 프랭크 스텔라, 애니시 커푸어 작품이 소개된다.

‘새김의 시작’ 섹션에서는 조선시대 목판 등 다량 생산 기반 유물을 통해 판화의 기원을 살피고 ‘자연의 숨결’ 섹션에서는 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우리의 모습’ 섹션에서는 인물과 동물을, ‘일상의 경계’ 섹션에서는 사물을 중심으로 한 작품들이 소개된다.

또, 추상적 표현에 집중한 작품을 전시하는 ‘혼돈 속 질서’ 섹션과 판화의 개념이 기법과 재료, 매체로 확장된 작품들을 모은 ‘개념의 무한함’ 섹션도 볼 만 하다. 또, 미디어아티스트 칼로스가 판화의 개념에서 착안한 영상물에 이르기까지, ‘판화 완전정복’의 장이라고 볼 수 있다.

다양한 판화 기법을 배울 수 있는 ‘판화 인쇄 체험’ 등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되니,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전시로서도 손색이 없다. 내년 1월 5일까지, 입장료는 5000원(성인).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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