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올겨울 한국영화 3파전
20년 넘게 ‘친구 감독’ 곽경택
신작서 홍제동 방화사건 다뤄
실화 뚝심있게 담는 연출 기대
‘기생충’ 이후 흥행실패 송강호
‘1승’으로 이름값 지키기 나서
이승기는 ‘대가족’서 삭발 감행
올겨울 3파전을 펼칠 한국영화의 공통점은 ‘절치부심’이다. 공교롭게도 세 영화 모두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명예회복에 나서야 하는 벼랑 끝 세 남자가 존재한다. 영화 ‘소방관’의 곽경택 감독은 자신의 대표작 ‘친구’를 넘어서야 한다. 국민배우 송강호는 ‘기생충’ 이후 흥행 연패를 ‘1승’으로 끊어내야 한다. ‘대가족’의 이승기는 연기로 인정받아 비호감으로 전락한 이미지 회복에 나서야 한다.

◇나를 넘어야 한다
곽 감독은 20년 넘게 ‘친구 감독’으로 불렸다. 2001년 개봉 당시 818만 명의 관객을 모았던 ‘친구’는 청소년 관람불가, 비수기인 3월 개봉 등 흥행 저해요소가 다분했지만, 이틀 만에 제작비를 회수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러나 곽 감독은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놓지 못했다. ‘친구2’나 ‘극비수사’ 등이 손익분기점을 넘겼지만, ‘희생부활자’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등이 흥행에 참패했다. ‘친구 감독’이란 별칭은 20년의 세월 동안 감독 자신이 넘어야 하는 벽이 됐다.
‘소방관’은 2001년 다세대 주택이 화재로 무너져 소방관 6명이 순직하고 3명이 다친 홍제동 방화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곽 감독답게 실화를 뚝심 있게 표현했다.
영화가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이 길었다. 2020년 촬영됐던 영화는 주연 배우 곽도원의 음주운전 사건으로 개봉을 무기한 연기했다. 절치부심한 곽 감독으로선 애가 탔을 터. 곽 감독이 제작보고회 때 “아주 밉고, 원망스럽다”며 곽도원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낸 까닭이다. 다만 곽 감독은 “분량을 없애기 위해 따로 편집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12월 4일 개봉.
◇나를 지켜야 한다
‘기생충’과 ‘브로커’로 배우 커리어 정점에 섰던 송강호는 이후 돌연 내리막을 걸었다. 205만 명에 그친 ‘비상선언’(2022)은 손익분기점인 500만 명에 크게 못 미쳤다. 지난해 개봉했던 ‘거미집’의 성적은 더 처참했다. 전통적 성수기인 추석 연휴에 개봉했지만 31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손익분기점은 200만 명이었다.
자신의 얼굴을 알린 ‘반칙왕’을 시작으로 오랜 기간 흥행과 평단 양쪽에서 좋은 평가를 받던 송강호로선 최악의 위기일지 모른다. 데뷔 34년 만의 첫 드라마로 기대를 받던 디즈니+ ‘삼식이 삼촌’도 조용히 묻혔다.
송강호가 ‘1승’을 통해 국민배우란 이름값 지키기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송강호는 영화에서 해체 직전의 여자 프로배구팀 감독을 맡아 ‘1승’을 달성하기 위해 분투한다. 능청스러움과 인간미를 혼합한 송강호 표 캐릭터의 전형이라 기대를 모은다. 반면 ‘1승’을 연출한 신연식 감독과의 협업 성과가 좋지 않았던 점은 불안요소다. ‘거미집’에선 각본과 배우로, ‘삼식이 삼촌’에선 감독과 배우로 호흡을 맞췄다. 12월 4일 개봉.

◇나를 증명해야 한다
배우 이승기는 영화 ‘대가족’으로 배우로서 시험대에 올랐다. 2022년 KBS 연기대상 대상 수상자에게 시험대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번 영화는 이전과 상황이 사뭇 다르다. 이전의 드라마와 영화에선 ‘국민 남동생’이란 호감 이미지를 안고 평가받았다면, 이번 영화에서 이승기는 자신에게 씌워진 ‘비호감’ 굴레를 쓴 채 대중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예능과 드라마에서 종횡무진하던 이승기는 2023년 배우 견미리의 딸 이다인과 결혼한 이후 이미지가 추락했다. 견미리 부부의 주가 조작 혐의 때문이었다. 이승기는 제작보고회에서 “결혼 이후에는 독립된 가정을 이루고 있는 상태”라고 처가와 선을 그었다.
이승기는 출가해 스님이 된 아들 함문석을 맡아 만두 맛집 사장인 아버지 함무옥을 연기한 김윤석과 호흡을 맞췄다. 이승기는 이번 영화를 위해 삭발을 감행하고, 노년 분장까지 했다. 제목은 대(大)가족이 아닌 ‘대(對)가족’으로 웃음을 넘어 가족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묻는 작품이다. 12월 11일 개봉.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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