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문10답 - 러시아 핵교리 개정
핵보유국 지원받은 非핵보유국
재래식 무기 써도 모두 핵공격
우크라 美에이태큼스 사용하자
푸틴, 곧바로 핵교리 개정 승인
이동식 방공호 생산 핵전쟁 대비
美, 非보유국 核공격 불가 명시
中은 ‘자위 위한 핵’ 허용 논리
北, 김정은 자의적 核선제공격
러시아의 핵교리 개정으로 1000일을 넘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핵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시로 개정된 핵교리에는 비 핵보유국이라도 핵보유국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면 핵 보복 공격을 가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간 때문이다. 사실상 서방 핵보유국(미국·영국·프랑스)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것이다. 러시아가 핵 사용 문턱을 대폭 낮추면서 핵전쟁 위험은 그만큼 높아지게 됐다. 핵교리란 무엇이며 국제사회가 왜 핵교리 내용에 주목하는지 10문 10답을 통해 알아본다.

1. 핵교리란
핵교리란 핵무기 보유국들이 각자 마련한 자국 핵무기 사용을 위한 규정을 의미한다.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는 적국 공격을 억제하는 ‘핵 억제’ 능력을 갖게 된다. 이에 핵교리는 핵무기 선제사용 가능 여부와 핵무기의 보유 목적에 따라 ‘처벌억제’와 ‘거부억제’로 나뉜다. 처벌억제는 적국이 핵무기로 공격했을 때 이에 대해 응징할 수 있음을 과시해 공격을 억제하는 것이다. 거부억제는 핵무기에 대한 방어 능력을 통해 적이 핵무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얻는 억제 효과를 말한다. 보통 핵교리는 해당 국가가 적국과 비교해 우세한 재래식 군사력을 갖는 경우 핵무기에 대한 선제 불사용을 전제해 처벌억제를 강조한다.
2. 러시아 핵교리 개정 배경·타격 대상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지원으로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진격 속도에 제동이 걸리고, 우크라이나가 자국 영토 쿠르스크를 공격하자 핵교리 개정을 전격 선언했다. 미국·영국·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가할 시 핵무기로 보복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그런데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대해 에이태큼스(ATACMS) 사용을 허가하고, 19일 우크라이나가 에이태큼스로 러시아 서부 브랸스크를 공격하자, 당일 푸틴 대통령은 곧바로 핵교리 개정을 승인했다. 비핵보유국이 재래식 무기를 쓰더라도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공격이라면 모두 핵 공격 대상으로 삼기로 한 것이다. 기존 핵교리가 핵무기를 보유한 교전 당사국만 핵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대상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이에 따라 비핵보유국인 우크라이나도 러시아 핵 공격 대상이 됐다.
3. 러시아 핵교리의 핵무기 사용조건은
러시아는 핵 사용 문턱을 대폭 낮추며 핵무기 사용 조건을 5가지로 늘렸다. 기존에는 △러시아나 동맹국의 영토를 겨냥해 탄도미사일이 발사됐다는 신뢰할 만한 정보가 입수됐을 때 △러시아나 동맹국 또는 러시아 외부 영토의 시설에 대해 적의 핵무기 또는 대량파괴무기(WMD) 공격이 가해졌을 때 △러시아 주요 국가 또는 군사시설에 대한 적대행위를 용인할 경우 핵전력 대응이 방해받는다고 판단될 경우였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러시아와 동맹국 벨라루스의 주권과 영토 보존을 위협하는 재래식 무기 공격이 있을 때 △적 항공자산이 러시아 국경을 침범하는 중대한 공격을 개시했다는 믿을 만한 정보가 입수됐을 때가 추가됐다. 러시아가 이처럼 핵 사용 문턱을 대폭 낮추면서 비핵보유국을 자극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금이 가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 러시아의 핵 위협 상황은
러시아는 이번 핵교리 개정 뒤 핵전쟁 대비에도 나섰다. 최근 러시아 비상사태부 산하 연구소는 자신들이 개발한 이동식 방공호 대량 생산에 돌입했다. ‘KUB-M’으로 명명된 방공호는 핵폭발로 인한 충격파와 방사능으로부터 최대 54명을 48시간 동안 보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핵폭발은 물론 재래식 무기로 인한 폭발과 화재, 화학물질 공격 등에도 대응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철제 컨테이너와 유사한 이동식 방공호는 트럭으로 쉽게 운반할 수 있다. 아울러 러시아는 맹방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도 배치하며 핵 배치 범위도 넓히고 있다. 지난해 처음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했는데, 러시아가 해외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해외 핵무기의 국내 이전이 완료된 이후 27년 만이었다.

5. 미국의 핵 운용전략 변경 내용은
미국 국방부는 지난 14일 미국의 핵 운용 전략을 설명하는 ‘491 보고서’의 공개본을 의회에 제출했다. 기밀 내용은 빠져있지만, 공개본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개정한 핵 운용 지침이 담겨있다. 기존 지침과 달라진 점은 “미국은 평시, 위기와 분쟁 중에 러시아와 중국, 북한을 동시에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3개국 핵 위협 동시 억제를 담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3국의) 핵 도전 중 어느 하나만으로도 만만찮지만, 러시아와 중국, 북한이 협력과 공모를 강화하고 있다는 증거가 상황을 더 도전적으로 만들고 있다”면서 “위기나 분쟁이 발생할 경우 적들이 함께 적대 행위를 공조하거나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동시 억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6. 美는 非핵보유국을 핵공격 대상 삼나
미국은 핵 운용 전략에서 비핵보유국에 대해서는 핵무기로 공격하지 않겠다는 점을 지침에 분명히 하고 있다. 이를 위해 NPT에 가입하고 핵 비확산 의무를 준수하는 비핵보유국들을 상대로는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사용을 위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침에는 이란과 관련해,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는 한 핵무기가 아닌 수단으로 이란의 역내 적대행위를 억제하도록 했다. 미국은 핵무기를 가진 동맹이 핵 공격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해 확장 억제 공약을 강화하는 내용도 보고서에 담았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및 인도태평양 동맹들과 더 심도 있는 협의, 공조와 연합 기획을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지난 2022년 핵태세 보고서(NPR)에서 밝힌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핵무기의 근본적인 역할은 미국과 동맹·협력국에 대한 핵 공격 억제”라는 기조와 같다.
7. 중국의 핵교리는
지난 1964년 소련의 도움 없이 자체 핵실험에 성공한 중국은 자국의 핵무기 개발이 ‘미국과 소련 등 초강대국들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며, ‘자위를 위한 핵’은 허용돼야 한다는 논리를 펼쳐왔다. ‘국가안보에 필요한 최저수준’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2006년 발간된 중국의 국방백서는 △자위를 위한 핵전략을 견지하고 △핵 증강을 억제하며 △선제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으며 △비보유국에 대해서는 핵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하고 있다. 다만 21세기 들어 중국이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 돌입하면서 중국의 핵무기 보유량은 급속하게 늘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공개한 ‘2023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중국이 올해 5월 기준 500개 이상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이전 예측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8. 북한의 핵교리는
북한은 지난 2022년 9월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가한 최고인민회의에서 핵교리라 할 수 있는 ‘핵무력 정책 법령’을 채택했다. 이 법령 6조에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5가지 조건이 담겼는데 △핵무기 또는 기타 WMD 격이 감행되었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가지도부와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대한 적대세력의 핵 및 비핵공격이 감행되었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가의 중요 전략적 대상들에 대한 치명적인 군사적 공격이 감행되었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유사시 전쟁의 확대와 장기화를 막고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상 필요가 불가피하게 제기되는 경우 △국가의 존립과 인민의 생명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해 핵무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 등이다. 사실상 김 위원장이 자의적으로 한국에 대한 핵 선제공격 결정이 가능하도록 한 것으로 평가된다.
9. 각국 핵무기 보유 상황은
스웨덴 정부의 외교정책연구소인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는 실질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로 미국과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등 9개국을 명시했다. SIPRI는 2023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해당 연도 기준 러시아가 5889개, 미국이 5224개의 핵탄두를 보유해 보유 핵탄두 수 기준 1, 2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410개로 뒤를 이었으며, 프랑스와 영국은 각각 290개와 225개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키스탄과 인도는 각각 170개와 164개, 이스라엘은 90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SIPRI는 북한이 30개의 핵탄두를 보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이탈리아, 튀르키예,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가 미국의 핵무기를 자국에 배치하고 있으며,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핵무기를 배치해 놓은 상황이다.
10. 핵무기 협정 상황은
가장 많은 핵탄두를 보유한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 2010년 양국이 각각 배치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를 1550개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에 서명했다. 2011년 해당 협정이 발효된 이후 양국은 2021년 협정을 5년 연장했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한 지난해 2월 협정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1기 집권 시절인 2019년 러시아의 지속적인 핵무기 개발 및 배치를 이유로 사거리 550㎞ 이상 핵미사일 배치를 금지한 중거리핵전력조약(INF) 참여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한편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의 핵 군축 조약에 참여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11월 5년 만에 핵 군축 회담을 열었지만,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를 두고 양국이 갈등을 빚으면서 회담이 중단된 바 있다.
이현욱·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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