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했습니다 - 김동준(33)·장하윤(여·33) 부부

“저희 어디서 만날까요?” “전쟁기념관 어때요?”

저(하윤)는 아직도 소개팅 날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곤 합니다. 소개팅 첫 만남 장소로 전쟁기념관을 선택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확실히 평범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회사 동료들도 제 소개팅 장소를 듣고 놀랐죠. 남편이 그곳을 택한 데는 나름 이유가 있었어요. 남편은 경기 오산시에서만 살았던 터라 서울에 아는 장소라고는 군대에서 관람했던 전쟁기념관밖에 없었다고 해요. 남편은 그래도 아는 장소에서 봐야 데이트를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더라고요.

소개팅 날 얼굴을 직접 보니 동갑이라 편한 느낌도 들었고 말도 마음도 잘 통했습니다. 같이 다니는데 손으로 햇빛을 가려주고 부채질을 해주는 배려에 호감은 더욱 커졌어요.

그런데 남편이 그날따라 무리했던 탓인지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데이트 도중 집에 돌아가게 됐어요. 전 걱정이 된 나머지 남편을 약국에 데려가 챙겨줬죠. 그게 남편에겐 감동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좀 더 신중하게 만나보라는 주변의 말을 뒤로한 채 저희는 순식간에 사랑에 빠져들었습니다.

연애하면서 위기도 있었어요. 서로 소비 습관에서 차이가 크게 났거든요. 저는 맛집 탐방을 좋아해 데이트 통장을 먹는 데 주로 썼는데, 먹는 것을 즐기지 않았던 남편은 이게 불만이었던 거죠. 잠깐의 여유를 갖고 다시 만나 서로의 가치관을 조정해 나갔어요.

애정이 깊어지게 된 건 남편이 울산으로 떠나면서예요. 2020년 남편이 울산에서 일하게 됐는데, 매일 보던 사람을 한 달에 한두 번 만나니 오히려 더 애틋해지더라고요. 저희는 2022년 9월 결혼했습니다. 부모님들께 손 벌리지 않는 것을 목표로 결혼을 준비했어요. 화려한 결혼식도 해보고 싶었지만, 경제관념이 투철한 남편을 따라 변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남편의 좋은 점을 본받으며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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