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패션을 좀 아는 남성이라면 실크 스카프 하나쯤은 준비해야 할 듯하다. 23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마마 어워즈 무대로 컴백한 지드래곤의 ‘보자기 패션’ 때문이다. 지디는 이달 초 홍콩 샤넬 쇼 출국길부터 마마 귀국길까지 어김없이 스카프를 머리에 쓰고 턱 아래에 묶은 독특한 공항 패션을 선보였다. 사진은 순식간에 SNS를 도배했고 일반 남성들이 스카프를 쓰고 출근하긴 어렵지만, 목에 두르거나 가방에 묶는 식의 유행이 예고되고 있다. K-팝 대표주자이자 패션 아이콘인 지디의 힘이지만 아주 흔한 셀러브리티(셀럽) 작동 방식이기도 하다.
셀럽의 원래 정의는 ‘타고난 재능을 지닌 위대한 인물’이지만 요즘은 ‘명성과 상업적 성공을 가진 유명인’이다. 일단 유명해지면 대중의 열광과 추종, 돈을 끌어당기며 더 유명해진다. 사회학자 매슈 데프렘은 현대 사회는 “유명인에 대한 동경과 모방, 그 과정의 무한 반복”이라고 했다.
이 같은 셀럽 메커니즘은 미국 호황기인 1980년대 엔터테인먼트에서 폭발해 예술 등 전 영역으로 확대됐다. 모두가 셀럽이 되기를 원하고 기획해 만들기도 한다.
예술계의 대표 셀럽이라면 논쟁의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64)을 꼽을 수 있다. 마침 바나나 1개를 회색 접착테이프로 벽에 붙인 카텔란의 ‘코미디언’이 20일 소더비 경매에서 무려 620만 달러(약 87억 원)에 팔렸다. 낙찰자는 중국계 가상화폐 트론 창업자 저스틴 선. 그는 △바나나와 접착테이프 한 개 △바나나가 썩으면 교체할 방법을 알려주는 안내서 △작가 서명의 진품 인증서를 받았다. 선은 “단순한 예술 작품이 아니라 예술, 밈, 가상화폐 세계를 연결하는 문화 현상이다. 미래에 더 많은 생각과 토론을 일으켜 역사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코미디언’은 예술적 전복과 대중의 논쟁 과정 자체를 예술 행위로 만든 의미가 있지만, 620만 달러는 작가 명성의 결과이기도 하다. 낙찰자 저스틴 선 역시 돈으로 명성을 사서 명성을 얻었다.
지디의 아티스트로서의 성취, 카텔란의 예술적 도발을 ‘셀럽’ 현상으로 무화시키겠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우리의 소중한 일상과 결정이 쏟아지고 밀려오는 셀럽의 블랙홀로 마구 휩쓸려 들어가지 않기를, 잠시 멈춰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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