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사업 국비 못쓰지만
쪽지예산 등으로 ‘깜깜이 편성’
연말마다 진행하는 국회 예산 심사에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및 여야 간사와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 간 ‘밀실 합의’와 ‘쪽지 예산’이 빈발하며 국고보조금이 부당하게 투입된 사례가 속출하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이런 깜깜이 예산 편성으로 최근 4년간 현행법상 국비 지원이 금지된 지방자치단체 사업에 2500억 원이 넘는 세금이 편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2021년부터 올해까지 편성된 국고보조금의 관리 실태를 감사한 결과 20개 지방이양사업에 국고보조금 2520억 원이 부당하게 투입됐다고 26일 밝혔다. 정부는 앞서 2004년 지방분권을 촉진하기 위해 문화·관광·체육 사업 관련 소요 재원을 지자체로 이양했기 때문에 현행법상 지자체 사업에 국비를 투입할 수 없다.
대부분은 지자체가 지역 숙원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회 로비를 통해 이 같은 지원을 받아냈다. 일례로 강원도는 지난해 5월 ‘오페라하우스 건립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비 지원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하자 도지사와 행정부지사 등이 최소 4차례 국회와 기재부를 방문하며 국비 지원을 요구했다. 결국 같은 해 12월 여야 간 예산 합의 시점에 1000억 원의 국비가 편성됐다. 충남 아산시는 지난해 8월 A 지역구 의원실로부터 체육센터 조성사업 추진 검토를 요청받고 불가 방침을 통보했는데, A 의원실이 주도해 결국 9억 원의 예산을 받아냈다. 아산시는 사업 예산이 확정된 후 정당 현수막을 보고 예산 편성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태의 근본적 원인으로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벌어지는 기재부와 여야 간 ‘밀실 합의’가 지적된다. 감사원은 “국회 증액 요구사업은 예결위원장, 여야 예결위 간사와 기재부 예산실장 등 소수만 참여하는 비공식 협의체에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예산 편성 과정의 정치적 성격과 기밀성을 이유로 관련 기록을 남기지 않는 등 불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감사원은 국회의 비공식 협의체 등에서 예산이 검토돼 반영되지 않도록 국비 증액 결정 관련 근거 자료를 보존·관리하라고 기재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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