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조원 규모 낙월해상풍력
중국기업이 외부망 등 도맡아
지형 등 군사정보 직결 ‘우려’
업체측 “단순 전기 이송 목적”


국내 해저케이블 시장에 차이나 공습이 현실화하면서 2030년 30조 원 규모로 성장할 미래 유망 산업을 송두리째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매설 과정에서 해저 지형 등 민감한 군사정보가 유출될 수 있어 ‘해상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2.0’ 시대를 맞은 미국이 ‘에너지 안보’ 명분을 내걸고 최근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해저케이블 분야에서도 중국 제재를 골자로 한 종합 검토에 착수한 가운데, 향후 공급망 차질에 따른 공정 중단 사례가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6일 산업 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2월 ‘해상풍력 고정가격계약 입찰’을 통해 국내 최대 2조3000억 원 규모의 낙월해상풍력발전 사업(전남 영광군 해상 일대)을 허가했다. 국내 업체인 명운산업개발이 전체 사업 윤곽을 설계하고, 태국 비그림파워가 지분 투자 방식으로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문제는 핵심 장치인 풍력 터빈의 경우 중국의 골드윈드가 지분 70%를 보유한 독일의 벤시스로부터, 해저케이블 외부망은 중국 형통광전으로부터 각각 공급받아 공정이 진행 중이다.

해저케이블 외부망은 해상풍력발전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육상으로 전송하는 역할을 해 매설 시 해저 지형 정보를 당국으로부터 받게 된다. 또 해저케이블엔 감지 센서도 부착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국내 해저 지도가 노출되고, 해군 훈련 지역과 잠수함 이동 동선 등 민감한 군사 정보가 넘어가 해양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명운산업개발 측은 통화에서 “해저 통신 케이블의 경우 민감한 정보가 오갈 수 있으나 단순히 전기 이송에 쓰이는 목적의 케이블의 경우 안보 측면과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해저케이블 설치를 위한 사전 건설 목적의 선박 장비도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산으로 채워졌다. 명운산업개발의 국내 관련 설비 행정 절차를 맡는 A 업체는 지난달 26일 중국 국적의 대형 크레인 선박 순이(ShunYi) 1600호를 ‘장비’로 신고, 예인선을 통해 낙월해상풍력 현장으로 이동시켰다. 순이 1600호는 풍력발전기 하부구조인 모노파일(해상 구조물 지지용 대형 기둥) 설치 건설작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해양경찰은 목포지방해양수산청의 의뢰를 받아 선박법 위반 혐의로 A 업체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순이 1600호가 ‘국내항 간 화물 운송 시 내국 국적 선박만 사용해야 한다’는 선박법상 카보타지 규정을 우회한 것인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한국해상그리드산업협회 측은 “전기요금 및 보조금으로 지원되는 국내 해상풍력발전 시장에서 해외 기업과 연계된 불법·편법 행위를 방치하는 것은 시장 생태계를 교란하고 국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반면 A 업체 측은 “국내에 적합한 장비가 없어서 해상플랫폼인 순이 1600호를 선정했다”며 “정식 세관 신고를 거쳐 당국의 허가를 받고 입항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지난 21일(현지시간) 해저케이블 규정에 대한 종합 검토에 착수하는 것을 승인했다. 허가받지 않은 중국 기업들의 장비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김성훈·이예린 기자
김성훈
이예린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