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온라인 당원 게시판 논란이 내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논란이 된 글 자체만 놓고 보면 별로 심각한 문제가 아니지만, 이른바 윤·한 갈등이 배경으로 작용하면서 한동훈 대표가 25일 “당 대표를 끌어내리겠다는 의도”로 규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정 과제와 집권 세력의 책임을 생각하면, 어이없는 일이다. 당내 문제일 뿐만 아니라 한 대표 가족이 의혹 대상으로 등장한 점을 고려하면, 조기에 수습해야 할 1차 책임은 당연히 한 대표에게 있다. 이제 정치인이 된 만큼, 게시판의 익명성 보장 등 법률적 논리만 동원해선 안 되며, 정치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한 대표는 “당 대표인 저를 흔들어보겠다는 뻔한 의도에 말려들 생각이 없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정치적 주도권을 잡기 위한 노력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친윤 인사들의 공격도 한심한 수준이다. 야당 대표의 위증교사 재판 1심 선고가 있었던 이날 김민전 최고위원이 “당에서 한 대표 사퇴와 같은 글을 쓰는 사람이 있으면 고발한다는 기사가 나왔다”며 “제게도 사퇴하라는 문자가 많이 와 있는데 같이 고발해 달라”고 했다. 이에 한 대표가 “사실관계를 좀 확인해 줬으면 좋겠다”며 관련 기사를 요구했으나 제시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일은, 같은 날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여당 의원 40여 명을 모아 놓고 오찬을 한 것이다. 정무·민정수석비서관도 참석했지만, 한 대표는 빠졌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뭉치자”를 외쳤다. 원래 비서실은 잘 보이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대놓고 세 과시를 했다. 당내에서도 “이런 일은 처음”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다.

국정 최고 책임자와 집권당 최고 책임자가 국정보다 개인적 화풀이를 앞세우는 것으로 비친다. 윤석열 대통령은 20%대 지지율을 직시해야 한다. 국정 난제가 산적해 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정치 초심을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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