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여자 친구와는 1년 가까이 만났습니다. 예전에 10년 넘게 만났던 사람보다 가치관이 잘 맞고 저를 배려해주는 부분이 많습니다. 주변 친구들과 얘기해봐도 요즘 그렇게 개념 있는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고 할 정도입니다. 다만 결혼 얘기가 오가고 서로의 가족들을 만나게 되면서 조금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여자 친구의 어머니는 부동산 투자를 열심히 해오신 분입니다. 현재 착공을 앞두고 있고, 자신이 조합원으로 있는 아파트단지에 분양받는 게 어떠냐고 저에게 계속 얘기를 하셨습니다. 조합원 분양가에 가깝게 분양받을 기회가 거의 없으며 앞으로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데 왜 안 하느냐고 저를 설득했습니다. 내 집 마련이 필수이고 해당 아파트단지가 좋아 제안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결혼식을 해도 당분간 살아보고 혼인신고를 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조심스러워하는 뜻을 비칠 때마다 여자 친구는 서운해합니다. 수십 년간 부동산 투자를 한 자기 어머니 성의를 무시하고 마치 제가 애정이 없는 것처럼 오해합니다. 이런 인연이 쉽게 찾아오는 것도 아닌데, 제 고집으로 좋은 뜻을 거부해 관계가 틀어질까 걱정도 됩니다.
A : ‘경제적 공동체’ 땐 신중함 필요… 죄책감 갖지 마세요
▶▶ 솔루션
어떤 투자든 리스크를 감수하는 일이므로 마음 편할 수는 없습니다. 단순히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문제가 아니라 사기 또는 청산을 당하면 정신건강에 매우 해롭기에 주의해야 합니다. 조합원 지위 승계에 대해서는 정말 꼼꼼하게 따져보셨으면 합니다. 조합원 지위를 기대할 수 있는 입주권, 분양권 등 부동산을 매수했다가 이른바 물딱지로 재산에 손해를 보고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재건축인지, 재개발인지, 지역주택조합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법률·조례·조합 정관 등을 잘 알아봐야 심하게 마음이 불편한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신중한 내가 꼭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경제적 공동체가 된다는 것은 심리적으로도 가까워지는 일이지만, 거기에 대한 신중함이 꼭 애정의 척도라고 볼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타인을 조금만 신뢰해도 투자하는 사람이 있고,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여도 절대로 돈거래를 하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다양한 가치관에서 옳고 그른 것이 있다기보다는 서로 맞는 지점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내가 문제인가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죠. 혹시 상대방이 은연중에 그 죄책감을 심어준 것이 아닌지도 검토해 보시길 바랍니다. 상대방이 애정을 베푼다고 해서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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