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랑합니다 - 미래를 준비하는 충주 사과 농부들 <하>
이번 ‘사과 마이스터 과정’에는 20여 명의 사과 농업인이 등록했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분야에서 자랑할 만한 성과와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여기서는 저와 친분이 있는 몇몇 농부들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이름 대신 별명이나 이니셜로 그들의 꿈과 열정을 소개하겠습니다.
우선 ‘한잘난’ 씨를 소개합니다. 이 그룹의 리더 격인데, 인물도 잘났지만 사과에 대해 정말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실력이 출중합니다. 전국의 유명 사과 명장들을 사사한 지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마이스터 과정 단톡방에 재배기술 문의가 올라오면 어김없이 ‘한잘난에게 물어보세요’가 달립니다. 그의 꿈은? 420억 원이 투입되어 충주에 조성되는 과수 디지털농업 실증연구소의 첫 번째 실증 단지에 이 그룹을 이끌고 선정되는 것입니다.
충주호 순환도로 끝자락에서 과수원을 하는 ‘안 이장’님. 실제 그 동네 이장이기도 합니다. 하이닉스에서 정밀용접을 하다 부모님 과원을 물려받아 경작 중인데 최신 재배기술을 ‘용접하듯’ 현장에 융화시키는 것이 그의 꿈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충주호 호숫가에 위치하고 경사진 과원으로 재배환경이 별로 좋지 않은 과수원에서 한잘난의 가르침을 잘 용접해 최고 가격의 사과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사과와 복숭아를 키우는 데 진심인 ‘BK’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과원을 이어받아 홀어머니를 모시는 효자입니다. 충주 복숭아 발전연구회 총무도 맡고 있어 항상 바쁜 사람입니다. 꿈이요? 에이 별거 있나요. 그냥 좋은 사과, 복숭아 만들어 비싸게 파는 게 꿈이지요. 과원이 있는 소태면의 ‘택배왕’으로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사과, 복숭아를 잘 만들어 냅니다. 내년에는 최신 식재기술로 새 복숭아 과원을 조성하려고 불철주야 준비 중입니다.
‘수기리동네사람’. 햇볕에 타 새카만 얼굴에 웃을 때 환하게 보이는 하얀 이가 미남의 얼굴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합니다. 내가 이래 봬도 인서울 대학 컴퓨터공학과 출신이에요! 맞습니다. 전망 있고 좋은 직장 그만두고 아버지 과수원으로 귀농했습니다. 지난여름 땡볕에도 매일같이 복숭아 따러 밭에 나가길래 그러다 탈진해 쓰러진다 했더니 ‘내가 귀농할 때 꾼 꿈이 있는데 그걸 이루려면 열심히 해야지요!’라고 말합니다. 그의 꿈은 전국 최고의 사과, 복숭아를 생산하는 ‘사과 왕’ ‘복숭아 왕’입니다. 자기의 컴퓨터 배경 지식이 과수 디지털농업 실증 단지 선정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으스대고 있습니다.
‘KH’는 4대째 이어온 충주의 사과 재배 명문가 출신으로, 호리호리한 외모에 민첩하게 생겼는데 정말 언제 잠을 자나 싶을 정도로 재빠르게 하루 종일 움직이며 아버지 과수원에다 자기가 얻은 임차 농지까지 다 관리하고 있습니다. ‘여름철 과수원 소독은 새벽에 하는데, 그때는 이미 날이 훤히 밝았으니 딴 일 해야지요.’ 하며 캄캄한 밤중에 랜턴을 켜고 소독합니다. 꿈이요? 장가가야지요!. 땅도 많은 사과 명문가 자녀가 왜 30대 후반까지 결혼을 못했는지 의문입니다. 하긴 하루 종일 너무 바쁘니 결혼해도 아내 볼 시간이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180㎝가 넘는 큰 키 때문에 ‘잭슨’이란 별명을 가진 또 다른 농부는 한국농수산대학 원예학부에서 과수 전공을 한 엘리트입니다. 4대째 이어온 사과 명가의 자부심으로 사과연구소에서 경력을 쌓은 후 귀농했습니다. 올 추석 대목 시기에 올해부턴 네가 혼자 다 해라, 하면서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해외여행을 가셨다고 합니다. 꿈이요? 군 사관학교 출신의 꿈은 뭔가요? 사성장군! 그럼 농업 사관학교 출신은 농림부 장관이겠네요. 하하하.
마지막으로 이 그룹의 홍일점 ‘이 총무’. 실제 마이스터 과정의 총무이기도 한데 휴무일에나 과수원 일을 할 수 있는 민중의 지팡이 남편을 대신해 거의 모든 일을 다 합니다. 자칭 ‘사린이(사과+어린이)’로서 모르는 것이 있으면 열심히 배우고 실천하는 자세가 돋보입니다. 여기 ‘잘난’ 사과 농부들의 뒤를 따라 과원은 작지만 최고 품질의 사과를 생산하는 것이 꿈입니다.
마지막 번외로 칭찬할 곳은 충주농업기술센터 과수육성과입니다. 최신 사과, 복숭아 재배 기술에 대한 전문가 강연, 연수 과정 등을 적절한 시점에, 제대로 제공해 주어 많은 도움이 됩니다. 특히, 과수 디지털농업 실증 단지 조성에 있어 그 역할이 더욱 기대됩니다.
꿈은 이루어집니다!
강남준 서림사과농원 대표(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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