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산에 외국인이 몰린다. 빼어난 경치는 물론 지하철로도 접근 가능하고, 휴대전화까지 빵빵 터지는 게 놀라운 경험이라고 한다. 정상의 백운대 태극기는 국제적 포토존이 됐다. 환경공단은 2015년 국립공원 정상에 어울리지 않는 인공 조형물을 싹 없앴다. 설악산 대청봉을 지켜온 ‘樂山樂水’ 표지석과 태극기도 사라졌다. 유일하게 백운대 태극기만 남았다.
백운대에서 사진사로 일하던 박현우 씨. 그는 1985년 혼자 힘으로 나무 깃대를 세우고 태극기를 달았다. 사진 배경은 근사해졌지만, 비바람이 워낙 드세 깃대는 자주 부러지고 태극기는 쉽게 해졌다. 15년 후 박 씨는 디지털카메라 등장으로 결국 산에서 내려왔다. 2000년부터는 개인택시를 모는 정왕원(74) 씨가 이어받아 관리한다. 정 씨는 24년간 태극기 교체 비용만 430만 원을 쓰며 사흘마다 백운대를 오르내린다고 한다. 공단 측은 팔짱을 끼고 있다. 인공시설을 불허한다는, 스스로 만든 원칙 때문이다. 결국, 우리의 ‘이웃집 영웅들’이 백운대 태극기를 지켜낸 것이다.
북한산의 불편한 진실은 또 있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산=북한산’은 가짜뉴스다. 북한산의 백운대·인수봉·만경대는 서울시 땅이 아니다. 서울 강북구가 주인 행세를 하지만, 실제 행정구역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북한동이다. 여기에는 역사적 아픔과 공무원들의 게으름이 있다. 조선 숙종 시절 북한산성을 다시 쌓으면서 공사 인부들이 모여 산 곳이 북한동이다. 왕이 피신할 행궁을 포함한 산성 내부는 신성한 곳으로 여겨 한성부 직할로 편제했다. 하지만 1910년 일제가 500년 수도였던 한성부를 격하하기 위해 경성부로 바꾸고 경기도에 예속시켜 버렸다. 해방 이후에도 이를 바로잡지 못한 것이다.
지금도 북한산성 밖은 은평구 진관동부터 강북구 우이동까지 서울시 소속이지만, 백운대를 포함한 산성 내부의 북한동은 경기도 고양시 땅이다. 북한동은, 국립공원 정비 계획에 따라 음식점을 하던 사람들도 다 나가고 사실상 주민 없는 땅이다. 조선 숙종 때도 그랬고 백운대·인수봉·만경대는 200년 넘게 서울 땅이었다. 서울이 1000만 대도시로 확장됐는데도 ‘북한산=경기도’로 둔갑해 있다. 역사적 정기를 바로잡기 위해서도 엉뚱한 행정구역은 상식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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