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고 창밖을 보는 시간/ 모든 아이에게 각자의 창이 있다/ 우유와 비스킷을 받았지만/ 모두 벌을 선다고 생각한다 빠짐없이/ 각자의 풍경을 관찰해야 한다/ 각자의 풍경을 소개해야 한다/ 우리는 원하는 것을 떠올리고 그것이 보인다고 말한다’
- 배수연 ‘여름 캠프2’(시집 ‘여름의 힌트와 거위들’)
창경궁 담장 앞이 한가하다. 불과 1∼2주 전 관광버스가 긴 줄을 잇던 자리다. 각지에서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었을 터다. 아닌 게 아니라, 서점 근처 골목골목이 중고등학생들의 떠들썩한 열기로 요란했었다.
어제는 친구의 생일파티가 있었다. 실은 생일을 핑계 삼아 얼굴이나 보자 하는 모임으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한자리에 모여 앉은 지 십 년이 넘었다. 다들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들이지만 함께하면 왁자해지곤 한다. 실없는 농담에 낄낄대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서로를 놀리기 바빠지는 이들이 누군가의 부모이고, 선생님이고, 작가이고, 임원이라는 생각을 하면 아연해지기도 하지만, 그 역시 즐겁다. 나를 포함해 모두가 일 년에 한 번, 세월을 초월하여 본래대로 거리낌 없이 생각하고 말하는 이 순간은 일종의 해소일 것이다. 올해는 유독 나이와 늙음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오갔다. 잠시 유예된 것일 뿐, 곧 맞닥뜨릴 새로운 국면에 대해 호기심 못지않게 은근하 두려움을 떨치지 못한 대화가 자정 너머로 이어졌다. 그런 서로를 격려라도 하듯 때때로 그리고 자주 농담과 웃음이 스며들었다.
그때, 나는 수학여행 버스를 생각했다. 천상병 시인이 적었듯 인생이란 소풍과 닮았지. 시끌벅적 여행을 가는 순간은 이미 지나갔다. 이제 우리는 떠나온 곳을 향해 돌아가는 길이다. 각자의 창문을 바라보면서 여독이 불러오는 침묵 속에 있구나. 여행을 추억하는 우리는 세월이라는 같은 버스에 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친구들아. 올 때처럼 노래 부르듯 가자. 여전히 즐겁지 아니한가. 쓸쓸하면서도 어딘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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