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정세악화 책임 떠넘기며
협상재개 조건 은근히 내비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 대선 후 미국과의 대화에 여전히 선을 긋고 있지만 ‘협상’과 ‘핵능력’을 거론하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미·북 협상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평양에서 열린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4’ 개막식 기념연설에서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주로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봤으며 결과에 확신한 것은 초대국의 공존 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입장과 언제 가도 변할 수 없는 침략적이며 적대적인 대조선정책이었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오늘날 조선반도 지역에 조성된 극단한 정세가 결코 상대에 대한 오해로 빚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한반도 정세 악화의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으로 친분을 쌓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신정부 출범 후 미·북이 정상회담을 포함한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에 선을 그은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표면적인 의미와 달리 미국의 반응을 살피며 향후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미·북 대화의 기본 원칙을 제시한 것”이라며 “‘핵무력 고도화’와 ‘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협상 재개의 조건을 다시 부각시키면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투 트랙’으로 압박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역설적으로 김 위원장의 ‘협상’ 언급이 ‘미국이 입장을 바꾸면 협상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미 대선 전후로 북한의 핵 능력을 과시하고, ‘북·러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비준한 것도 트럼프 당선인의 대러시아, 대북 전략이 구체화하기 전 ‘몸값 높이기’를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효과를 극대화해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우선순위를 노렸다는 해석이다.
김 위원장으로선 트럼프 당선인이 공언한 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기에 종결짓고, 미·러 관계가 개선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할 포인트다. 전쟁이 종식될 경우 러시아가 지금처럼 북한을 절실히 필요로 하지 않아 북·러 관계가 헐거워질 수 있다. 김 위원장으로서도 트럼프 당선인과 재회로 국제무대로 나갈 기회를 모색하려 할 수 있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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