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청 과반 ‘신중 검토’ 의견

국어 도입땐 문해력 저하 우려
기술 ‘실습 위주’ 사유로 철회

구독료 부담 주체 결정 포함
인프라 평준화 등 과제 산적


정부가 국어 및 기술·가정 과목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철회키로 하는 등 AI 교과서 도입과목과 시기를 대폭 조정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2025학년도부터 AI 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정부가 한발 물러선 것은 일선 학교 현장에서 실제 AI 교과서를 적용·관리할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거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외에도 AI 교과서 구독료 및 부담주체 결정, 지역별로 천차만별인 인프라 조율 등 AI 교과서 시대를 맞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평가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는 국어와 기술·가정 과목에의 AI 교과서 도입계획을 취소하고 사회, 과학 과목 교과서 도입 시점도 늦추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 관계자는 “국어 과목에 대해서는 디지털기기 활용 시 문해력 저하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가 있었고, 기술·가정은 실습 위주 과목이기 때문에 AI 교과서 적용 교과목에서 제외해달라는 시도교육감들의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10월 교육부에 국어와 기술·가정 과목 적용 연기 또는 제외를 요청하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회 관계자는 “2026년 이후 적용 과목 축소에 대해 원론적으로는 모두 동의했고 개별과목에 따라서는 여러 의견이 있어 교육부와 협의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0월 24일 국회 교육위원회 종합감사에서 “2026학년도 이후 AI 교과서 (도입) 교과목은 전문가 검토와 시도교육청 협의를 거쳐 조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AI 교과서 구독료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독료 부담에 따른 지방교육재정 악화 가능성, 교육청별 준비상황 차이 등도 난제다. 이에 따라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절반이 넘는 9개 교육청이 10월 AI 교과서 도입에 ‘신중 검토’ 의견을 낸 바 있다.

세계 최초로 공교육에 적용되는 AI 교과서의 실물 공개를 앞두고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학생 맞춤형 교육을 실현할 기회’라는 기대와 ‘효과·부작용에 대한 검증 부족’이라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교육부는 AI 교과서를 통해 교사가 학생들의 학습데이터를 개별로 파악해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는 토대를 만들어줄 것으로 보고 있다. AI 교과서는 교사·학생·학부모에게 학생의 학습수준·성취도·수업참여율 등 데이터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습자에겐 심화학습을, 낮은 학습자에겐 보충학습 등을 추천하는 기능도 갖췄다. 다만 교육 현장에서는 AI 교과서 효과 등이 검증되지 않았고 이를 충분히 검토·숙지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AI 교과서 개발 기간이 길어지면서 각 학교에서 내년 3월 개학 전 테스트해볼 수 있는 시간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학부모 중에는 디지털기기 과다노출과 이로 인한 주의력 저하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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