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혼모 직장복귀 돕는 최형숙 미혼모협회‘인트리’대표
“한때 관심 뒀다가 금방 식는게
국내 비혼 출산의 뼈저린 현실
육아하며 직장도 다닐 수 있게
탄력근무 일자리 등 뒷받침을”
“문가비나 사유리 같은 비혼 출산 인구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겁니다. 가장 필요한 건 생계 어려움에 처한 미혼모들이 일할 수 있도록 탄력적 근무가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입니다.”
배우 정우성과 모델 문가비의 비혼 출산이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최형숙(사진) 변화된 미래를 만드는 미혼모협회 ‘인트리’ 대표는 27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육아를 전담하면서 돈을 벌어야 하는 미혼모들의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제도가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트리는 최근 숙명여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미혼모·한부모의 근로현장 복귀를 돕고 있다. 그는 “최근 미혼모를 검색하면 문가비 이야기밖에 나오지 않는데 이슈가 되면 집중 조명을 받다가 관심이 사라지면 소외되는 게 한국의 비혼 출산 현실”이라며 “어린 나이에 미혼모가 된 여성들은 대부분 인생을 통째로 잃는데 이들이 진로 개발을 통해 사회에서 살아남도록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 역시 20년 전 미혼모 시설에서 자녀를 출산해 입양 보냈다가 되찾아오는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는 아이가 4살이 되던 해, 본인 같은 아픔을 겪는 미혼모가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이들을 정부와 사회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에 단체를 결성했다. 20여 년간 미혼모 지원활동을 해온 그는 최근 문가비의 비혼 출산에 대한 일부 긍정적 여론을 보며 한국사회 인식이 바뀌었다는 걸 느꼈다.
실제 과거 인트리 사무실에 찾아와 “시끄럽다”고 손가락질하던 동네 어르신들도 최근에는 “요즘 애들이 귀한데, 아기들이 참 예쁘다”고 덕담을 건네고 가신다고 한다. 최 대표는 “최근 통계청 조사결과 20∼29세 청년의 42.8%는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하는 등 젊은 세대의 인식 변화가 빠르다”며 “향후 사유리가 이용한 정자은행 도입 같은 담론도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비혼 동거를 인정하는 프랑스의 ‘시민연대계약(PACS)’ 등 다양한 가족을 포용할 수 있는 제도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어릴 적 아이가 아파서 열이 나면 윗집에 사는 이웃이 나 대신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줬는데, 나는 그 이웃이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웃으로 가족이 확장될 수 있는 것처럼 비혼 동거·출산 등을 우리 사회가 이웃처럼 포용하는 제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최근 성인이 된 아들과 함께 자신이 미혼모의 삶을 시작한 시설을 찾아 기부금을 전달하고 한참을 울었다. 그는 “그때 홀로 아이를 낳았던 경험이 저를 한 인격체로 성장시켰다”며 “아이는 혼자 낳지만 키우는 건 사회가 함께해야 하는 만큼 비혼 출산에 대한 한국사회의 시선이 더 따뜻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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