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난 22일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 주차된 식중독신속검사버스 앞에서 ‘식중독! 멈춰!’ 동작을 시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난 22일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 주차된 식중독신속검사버스 앞에서 ‘식중독! 멈춰!’ 동작을 시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 현안 인터뷰 - 마약류 관리 컨트롤타워 오유경 식약처장

마약사범, 온가족을 힘들게 해
처벌보다 예방·재활 무게중심
재활센터, 3곳서 올 17곳으로
직원들 발닳도록 전국 누빈 덕

내년부터 ‘의사 셀프처방’ 금지
프로포폴 이어 대상 확대 논의

규제혁신·규제외교 중심엔 소통
사안마다 업계와 100번 간담회
덴마크서 ‘불닭면 회수 조치’땐
함량분석 통해 리콜철회 이끌어



권도경 차장·정리=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국내 마약사범이 폭증하면서 한국은 마약청정국 지위를 상실한 지 오래다. 10·20대 젊은층이 SNS를 통해 손쉽게 마약을 산 뒤 중독되는 사례가 늘면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은 2만7611명으로 전년에 견줘 50%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마약사범 중 10·20대 비중이 약 35%에 달하고 재범도 되풀이돼 사회적 개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래 최전선에는 마약류 관리 컨트롤타워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있다.

식약처는 마약 단속과 처벌보다 예방과 재활 정책에 무게를 두고 있다. 마약사범 10명 중 3명이 다시 마약에 손대는 만큼 단약과 재활이 이뤄져야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3곳에 불과했던 재활거점인 ‘마약류 중독재활센터’는 올해 17곳으로 늘었다. 취임 이후 마약관리를 위해 전력 질주했다는 오유경 식약처장은 “직원들이 발이 닳도록 전국을 누빈 결과”라고 평했다. 식약처는 윤 정부 들어 국내에선 ‘규제 혁파’, 해외에선 ‘규제 외교’로 큰 성과도 올렸다.

오 처장을 지난 22일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집무실에서 만나 마약 대책과 규제개혁 성과를 들어봤다.



― 마약 관리를 위해 식약처가 어떤 노력을 해왔나.

“마약류관리법의 소관 부처는 식약처다. 취임 후 마약 데이터를 받아보니 실태가 너무 심각했다. 취임 초기만 해도 ‘마약안전기획관’은 임시직이었다. 책임 있는 마약 안전관리를 위해 2023년 정규직제로 만들었다. 이때부터 마약 안전관리를 위해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이번 정부 들어 가장 많이 달라진 마약정책 기조는 예방과 사회 재활에 주안점을 둔다는 점이다. 한국은 이미 마약청정국 지위를 상실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처벌과 단속도 중요하지만 마약사범의 사회 재활을 강조해야 한다고 본다.”

― 마약이 범죄인 동시에 질병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견해도 많다.

“마약사범이 늘수록 재활 중요성도 커진다. 마약사범 1만 명이 있다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은 5만 명이라고 봐야 한다. 가족들이 있기 때문이다. 마약은 한 사람만 힘든 게 아니라 가족 전체가 힘든 탓에 사회적 문제가 된다. 우선 재활시설부터 확보했다. 마약류 중독재활센터는 지난해에는 서울·부산·대전 단 3곳만 있었다. 올해 10월까지 14곳을 더 만들었다. 직원들이 전국 각지를 열심히 돌아다닌 결과물이다.”

― 올해 1∼5월에만 의사·치과의사 5265명이 ‘셀프 처방’하는 등 의료용 마약류 문제가 심각하다.

“국내 마약 오남용 상황은 잘못 대처하면 배가 침몰할 수도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에 와 있다. 의료인 셀프 처방 문제가 사회 문제로 떠올라 관련 법부터 개정하려고 노력했다. 내년 2월부터는 의료인의 셀프 처방을 금지하는 법이 시행된다. 현 단계에서 모든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셀프 처방을 금지할 수는 없다. 우선 가장 문제가 많은 프로포폴부터 적용된다. 셀프 처방 금지 대상 확대도 계속 논의할 계획이다.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의 ‘의료 쇼핑’ 문제도 심각하다. 펜타닐 패치 불법유통을 막기 위해 올해 6월부터 ‘투약 이력 확인제도’를 실시했다. 의사들이 펜타닐을 처방하기 전 환자가 1년 동안 펜타닐을 얼마나 처방받았는지 이력을 확인한 후에야 처방 화면으로 넘어갈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다. 의료 현장에 잘 정착되는 중이다.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공부 잘하는 약’으로 불리는 메틸페니데이트, 암페타민 계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도 남용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됐다. 역시 투약 이력 확인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취임 이후 규제혁신을 계속 강조한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이 식·의약품을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울타리가 되는 것이 식약처의 규제다. 울타리가 낡고 녹슬면 관련 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 시대변화에 맞춰 울타리를 새로 견고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규제혁신을 위해 안전문제를 양보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규제혁신을 할 때마다 관련 업계와 간담회만 100차례 정도 하면서 1000여 명을 만났다.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규제 1.0부터 규제 3.0까지 시행하면서 혁파된 것이 많다. 48년간 종이로만 발급된 음식점 영업신고증을 모바일로 보관할 수 있게 하거나 푸드트럭에 일반음식점 영업을 허용해 주류를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인구가 급감한 농어촌에서는 식료품을 사기 힘든 ‘식품 사막’ 문제도 심각하다. ‘이동형 장터’ ‘이동형 편의점’ 등을 통해 냉장·냉동 설비만 있으면 농어촌에 포장육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 어르신들이 집 근처에서 육류를 쉽게 사드실 수 있게 됐다. 식약처가 신경을 쓰는 따뜻한 규제혁신 중 하나다.”

― 최근 식약처의 규제외교를 통해 K-라면의 해외 리콜이 철회된 사례도 있었다.

“규제외교는 한국과 외국 규제기관 간 소통과 협력이다. 규제장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각국이 소통하지 않으면 해소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지난 6월 덴마크 정부가 한국산 불닭볶음면 3종에 대한 회수 조처를 내렸다. 캡사이신 함량이 높아 제품을 섭취한 소비자가 급성중독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움직였다. 덴마크의 위해평가보고서를 입수해 실제 조리 시 섭취하는 캡사이신 함량을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덴마크에 정부대표단을 즉시 파견하고 분석결과를 설명했다. 덴마크 정부는 한 달 만에 회수 조처를 철회하고 판매를 재개했다. 규제 당국이 한 달 만에 조처를 풀어준 것은 이례적이다. 올해 봄에는 유럽에 삼계탕이 처음 진출하기도 했다. 식약처의 양자외교가 올린 성과다.”

― 올해 3분기 화장품 수출액은 74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세계 4위 규모로 성장했는데 수출을 위해 어떤 지원을 하나.

“거의 모든 나라에서 규제기관이 화장품을 관리한다. 각국엔 화장품 관련 법령이 있는데 자주 바뀌는 편이다. 한국 화장품산업의 특징 중 하나는 중소업체가 많다는 것이다. 대기업은 담당 부서가 있는 만큼 규제 대응이 어렵지 않다. 반면 중소업체들은 국가마다 바뀌는 법령을 파악하기 힘들다. 식약처는 올 상반기부터 법제처와 협력해 15개 주요 수출국 법령을 한글로 번역해 업데이트해주고 있다. 외국 규제기관과 한국 화장품업계가 만나는 일도 중요하다. 지난 10월 열린 ‘원아시아 화장품 뷰티 포럼’에 7개국 규제기관 당국자들을 초대해 국내 업계 관계자들과 면담도 주선하고, 화장품 규제 현황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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