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를 맞아 ‘양극화 타개’를 화두로 꺼내 들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임기 후반기 양극화 타개를 위해 전향적인 노력을 펼치겠다. 국민 모두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뛰게 하겠다”고 했다. 적극적 재정 확장 정책을 펼쳐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민의 희망’도 언급했다. 청년세대를 포함, 국민 누구나 양극화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양극화 해소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국민은 없겠지만, 이를 실현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얘기다. 윤 대통령은 “저출생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면, 노벨상 10개 정도는 받을 것”이라고 했는데, 양극화 타개는 이보다 훨씬 지난한 일에 해당한다. 특히 ‘한국의 양극화’는 풀기 어려운 과제인 교육, 부동산 문제와 구조적으로 얽혀 있다. 개천에서 용이 나 이른바 ‘스카이 대학’에 들어가는 일이 극히 드물고, 금수저가 아니고서는 서울 집을 사서 결혼해 자녀를 갖는 일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실제 정부가 공정한 입시 제도를 위해 정시를 강화하든 내신을 강화하든, 결국 승자는 ‘돈 많은 집 자제’인 경우가 많다. 어떤 방향으로 입시 제도를 개편해도, 사교육을 넉넉히 활용할 수 있는 계층은 바뀐 입시에 빠르고 정확하게 적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부동산 문제도 마찬가지다. 저금리 추세 속 정부의 대출 제한이 풀리면, 안 그래도 비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즉, 양극화의 구조적 원인에 해당하는 교육, 부동산 문제 등을 ‘데우스엑스마키나’(그리스 희곡 중 갑자기 나타나 모든 것을 해결하는 존재)처럼 단번에 해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은 윤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하나. 사실, 정부는 이미 많은 양극화 해소 대책을 펼치고 있다. 청년도약계좌, 청년희망적금 등 특정 계층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괜찮은 정책도 많다. 결국 중요한 것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선별해 잘 묶고, 이를 ‘리디자인’하는 일이다. 또 청년, 노인 등 도움이 필요한 계층에게 한눈에 제시할 필요도 있다. 이에 더해 정책 구상·집행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양극화 국장’이나 ‘양극화 차관’을 두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 희망을 복원하는 데 정책 초점을 두는 일이다.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행복의 조건’으로 ‘할 일(something to do)이 있고, 사랑할 사람(someone to love)이 있고, 희망을 가질 만한 것(something to hope for)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의 세대는 이 기본적인 것들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집안이 부유하지 않더라도 열심히 공부하면 서울 상위권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일, 좋은 일자리를 얻어 월급을 차곡차곡 모으면 서울 직장 근처 작은 보금자리를 얻을 수 있는 일, 그래서 ‘결혼할 생각’ ‘출산할 생각’을 대수롭지 않게 할 수 있는 일. 정부의 양극화 타개 정책으로 ‘어쩌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이 복원돼 이 당연한 ‘삶의 궤적’이 조금이라도 회복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