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현대사의 상처에 천착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의 특수성이 세계적 보편성을 얻었다는 징표로 통한다. 세계 경제뿐 아니라 문화에서도 한국의 존재감이 선명해졌다. 한국이 세계로 나아간 시간은, 동시에 세계가 한국 안으로 들어온 과정이기도 했다. 특히 서울은 글로벌 메트로폴리스가 된 지 오래다. 피부색이 다른 이웃과의 만남이 일상이다.
교육 현실은 미래를 앞당겨 반영한다. 서울 학생 통계를 보면, 미래 사회가 자연스레 그려진다. 10년 전에 비해 서울 학생 수는 약 28% 줄었지만, 다문화 학생은 약 112% 늘었다. 2024년 기준, 서울 학생 76만9416명 가운데 2만1282명이 다문화 학생이다. 동시에 다문화 학생 비율은 지역에 따라 균질하지 않다. 다문화 학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과반수를 이루는 학교도 있다.
한국 안에 들어온 세계가 행복해야, 세계로 나아간 한국 역시 존중받는다. 지구촌 이웃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세계시민을 기르는 교육은 한국에 있는 다문화 학생의 행복한 성장과 뗄 수 없는 관계다. 지금 바로 이곳에서 다문화 학생들이 행복하지 않다면, 이들이 어른으로 자란 뒤의 미래 한국 역시 전망이 어둡다.
나는 학생의 꿈, 선생님의 긍지, 학부모의 신뢰를 시민께 약속드리고 교육감에 취임했다. 꿈, 긍지, 신뢰는 피부색이나 언어와 관계없이 보장돼야 한다. 지구촌 학교 학생들이 노래를 부르며 하나가 됐던 모습을 기억한다. 다문화 학생과 학부모가 마음껏 꿈을 실현하고, 마음 깊이 신뢰하는 서울 교육이 돼야 한다. 그 시작은 한국어 교육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다문화 밀집 지역에선 특별학급을 개설하고, 다문화 학생이 드문 곳에선 학교로 찾아가는 한국어 교실을 운영한다. 또 다문화 중·고등학생을 위한 진로 멘토링에도 힘을 쏟고 있다.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인 이상봉 교장이 이끄는 ‘다문화 꿈토링 스쿨’이 대표적이다. 서울의 다문화 학생들이 디자이너, 모델, 뮤지컬 배우 등을 꿈꾸며 배우는 곳이다. 11월 수료식에서 만난 학생들은 다양한 전문가와 함께 소중한 재능을 기르고 있었다. 교육감으로서 늘 감사하는 마음이다.
어려움도 있다. 의사소통의 어려움, 문화 차이 등으로 인해 심리·정서적 위기를 겪는 학생들이 많지만,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정확한 통계를 파악하기 어렵다. 미등록 외국인 자녀 등은 중앙 정부와 교육청이 머리를 맞대고 현황을 파악해 지원해야 한다.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있는 다문화 학생이 겪는 위기는 특히 심각하며, 더욱 섬세한 지원이 필요하다.
힘들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다문화 학생이 행복한 서울 교육은 보편적 인권 보장의 과제인 동시에 세계 시민을 기르는 과정이다. 학교에서 피부색과 언어를 뛰어넘는 우정을 경험한 학생들이 세계시민으로 자랄 때, 한국의 더 나은 미래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