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천 前 외교안보연구원장

도널드 트럼프의 제47대 미국 대통령 당선과 차기 내각 주요 구성원 내정 등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내년 1월 20일에 취임하면 한반도와 동북아, 유럽의 외교안보 지형이 격변할 것이다. 트럼프는 취임 후 먼저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기에 종식시키려 할 것이며, 과거 김정은과의 브로맨스를 토대로 미·북 간의 빅딜(또는 스몰딜)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

러-우 전쟁 관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 영토로 편입해 우크라를 분할하고, 우크라의 나토(NATO) 가입을 포기하게 하는 종전협정을 추진할 것이다. 공동 교전국인 북한은 종전협상에 참가해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가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서 위상을 높이고 러시아로부터 첨단 군사기술 등을 얻으려 할 것이다.

러-북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관계 조약’과 북한의 러-우 전쟁 참전 이후 러시아는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묵인함으로써 핵보유국이며, 핵확산금지조약(NPT) 공동 수탁국의 역할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했다. 또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지난 9월 ‘북한은 2006년에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됐다’고 발언함으로써 이에 고무된 북한은 앞으로 우리 안보를 보다 노골적으로 위협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핵무기와 ICBM을 주한미군 감축 등과 연계해 거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으며, 방위비의 획기적 증대, 주한미군 감축, 대미 투자 증대 요구 등으로 한미동맹이 흔들리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한미동맹이 한·미 양국에 호혜적인 가치동맹이며, 미·중 간의 경제전쟁 시대에 믿을 수 있는 경제동맹이고,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동맹임을 미 조야에 인식시켜야 한다. 또한, 트럼프가 언급한 한·미 간의 공동 선박 건조 및 유지 보수 협력을 위해 우리의 조선업을 활용하고, 대미 투자 증대 및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안보 면에서는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또는 나토식 핵공유 가능성을 교섭하고, 우리의 안보 지분을 증대시켜야 한다. 전술핵 재배치가 어렵다면 우리도 NPT 체제 밖에서 핵무장 추진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 북핵과 러·북 군사동맹이 NPT 제10조의 우리 안보상 ‘최고의 이익(supreme interests)’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기에 우리에게 충분한 명분이 있고, 핵무장을 위한 과학기술력도 있다. 물론 국제사회의 제재로 일정 기간 외교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나, 북핵으로 NPT 체제는 와해되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이제 유럽과 인·태 지역의 안보는 불가분의 관계가 됐다. 우리는 나토와 인태 4국(IP-4) 관계뿐 아니라 나토의 핵심 국가인 영국·프랑스 등과 긴밀한 안보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프랑스와 호주는 원자력잠수함 건조 계약을 했다가 2021년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 결성으로 무산된 바 있으니, 프랑스·영국과 안보 연합체를 구성해 우리 해군의 숙원인 핵잠수함 건조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우리는 새로운 외교안보 전략과 협상력을 증대시킬 수 있는 모든 옵션을 가지고 미국과의 협상에 대처해야 한다.

이순천 前 외교안보연구원장
이순천 前 외교안보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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