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간에 60일간의 휴전이 지난 26일 타결되면서 가자지구 전쟁이 멈췄다. 한시적이지만 다행스럽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보복에 나서면서 하마스를 지원하는 헤즈볼라와 교전을 시작한 지 13개월 만에 일시 휴전을 맞게 된 것이다. 뒤이어 잇단 수뇌부 암살로 지휘체계가 거의 궤멸된 하마스도 이스라엘과 휴전안에 합의할 준비가 됐다는 입장을 중재국들에 전한 상태다. 즉각적인 포로 교환을 위한 준비도 돼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쟁의 교훈과 군사안보적 시사점을 다음과 같이 3가지로 정리해 본다.
첫째, 다양한 기습에 허를 찔리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하마스의 무장병력이 이스라엘 뮤직페스티벌 행사장을 급습할 때 쓴 침투 수단은 패러글라이더였다. 이스라엘 정보 당국이 전혀 예상치 못한 수단이었기에 대비도 없었다. 북한과 하마스는 오랜 협력 관계이고, 하마스의 땅굴을 파는 기술도 북한이 전수한 것이며, 이번 전쟁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테러에 쓰인 패러글라이딩 침투도, 북한이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던 세계 최고 수준의 글라이딩 제작 설비를 인수해 개발한 전술을 하마스에 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 특수부대는 이미 프로펠러 엔진을 단 동력 패러글라이더를 갖추고 있으며, 다양한 지형에서 침투훈련도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서해 5도와 휴전선 인근 경기·강원 북부지방 기습침투에 대비해 이를 조기에 탐지하고 공중에서 섬멸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갖추는 노력을 기울임과 동시에 후방 작전요소 통합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둘째, 효과적인 재래식 무기 요격체계의 필요성이다. 이스라엘은 박격포와 방사포 등 재래식 탄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아이언돔’을 개발·운용해 왔는데 이번에 큰 활약을 했다. 그동안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아이언돔이 비싸다며 비판이 제기돼 왔지만, 이번 전쟁을 계기로 거의 사그라들었다. 하루를 대비하기 위해 10년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양병(養兵)이고, 무기체계 개발은 양병의 핵심이다. 국회를 비롯해 우리 국민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
끝으로, 효과적인 민사작전의 중요성이다. 이번 전쟁이 비록 하마스에 궤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혀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승리 형태로 휴전되긴 하겠지만, 이스라엘로서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고, 하마스와 일반 주민을 심리적으로 분리하지도 못했다. 이런 상황은 머잖은 장래에 더 큰 불씨가 될 것이다. 이스라엘이 치안·구호·보급·심리전을 고려한 작전 등 평소 민사작전을 정교하게 준비했더라면 이번 전쟁은 양측의 적은 피해로 더 쉽게 종식할 수 있었을 것이고, 향후 지역 안정에도 큰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북한과의 전쟁에 대비하고 있는 국군에도 민사작전부대가 있긴 하다. 그러나 전쟁 발발 이후에 창설되는 예비군 중심의 부대이고, 장비는 물론 평시 훈련도 미흡하다. 이에 대해 군 수뇌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고대부터 전쟁은 예측 불가의 영역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이 발달한 오늘날 승리는 사전에 예측하고 준비하는 자의 몫이다. 국방의 허점은 현실 안주 때 커진다. 이번 이스라엘-헤즈볼라·하마스 전쟁뿐 아니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과학적으로 분석,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도출해 국방을 튼튼히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