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 논설위원

세계 바둑 최강인 신진서 9단은 올해 예상 밖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연초부터 메이저대회인 LG배를 세 번째 제패하고, 한중일이 격돌한 2월 농심배에서도 기적 같은 6연승으로 한국의 우승을 이끌며 쾌조의 출발을 보여, 올해는 세계 대회 싹쓸이도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나왔지만, 이후엔 잇따라 좌절했다. 메이저대회만 3월 춘란배·5월 LG배·7월 응씨배에서 모두 16강에서 탈락해 충격을 줬다.

올 마지막 메이저대회였던 최근의 삼성화재배에서도 중도 탈락했다. 32강전에선 중국의 차세대 에이스로 꼽히는 왕싱하오 9단, 16강전에선 삼성화재배를 두 번 우승했던 커제 9단을 각각 제압했지만, 사실상의 결승전이던 전년 우승자인 딩하오 9단과의 8강전에서 뜻밖의 수읽기 착오로 졌다. 최근 5연승을 기록 중이던 상대에게 충격 패를 당했다.

이번에 우승했다면 올 3개 메이저대회 제패로 세계 최강을 재확인할 수 있었기에 더욱 아쉽다. 지난 8월 메이저대회인 란커배에서 구쯔하오 9단을 다시 만나, 지난해 결승전에서 1승 후 2패로 역전패를 당했던 것을 설욕하며 우승했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또 중국에 막혔다. 컨디션이 떨어져 있음을 방증하는 결과다. 딩하오 9단도 “신진서가 정상 컨디션이었으면 많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을 정도다.

신 9단의 부진은 이례적이다. 승률만 봐도 확연하다. 매년 승승장구하며 신기록 행진을 벌여 왔지만, 올해는 아직 한 달 남긴 했지만 84% 수준에 그쳐, 2021년 (82.47%) 이후 최저치인 상황이다. 슬럼프가 아니냐는 우려를 살 만하다.

인공(人工)지능 뺨치는 ‘신공(申工)지능’ 신진서도 최근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많이 이길수록 대국 수가 많은 법이다. 세계 정상을 지키려면 피할 수 없다. 중국을 넘을 최강 카드는 역시 신 9단뿐이다. 국내 2위 박정환 9단·3위 변상일 9단은 역부족이다. 신 9단은 한창나이(24세)다. 실력은 세계 최강인 만큼, 앞으로 체력·컨디션 관리가 중요하다. 중국은 그를 견제하려고 자국 대회 일정을 빡빡하게 짜는 양상이다. 최근 난양배만 해도 삼성화재배 개막 1주일 전까지 5일간 네 경기(준결승 포함)를 치렀던 강행군이었다. 내년부터는 대회를 선별해 출전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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