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유치원 4만명 시대

월 200만원… 대학등록금 3배
2018년 562개 → 올해 831개


“2023년 11월생인데 ‘3세 반’ 입학 가능할까요?”

돌을 앞둔 딸을 둔 A 씨는 지난 19일 한 유아영어학원(영어유치원) 입학설명회를 찾았다. 아이를 내년 ‘3세 반’에 입학시키기 위해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인근에 위치한 이 영어유치원은 정원 12명의 내년도 3세 반 수강생을 모집 중이었는데, 하루 30분∼1시간 영어 원어민 수업이 있고 이외 시간도 교사들이 기본적인 소통을 ‘Only English’로 한다고 홍보했다. ‘아직 돌도 안 됐는데, 괜찮냐’는 A 씨의 말에 원장은 “16개월 입학은 좀 빠르지만, 지난해에도 15개월 아이가 입학해 두 달 만에 잘 적응해 불가능한 건 아니다”고 답했다.

이 영어유치원 3세 반 한 달 원비는 200만 원대로, 1년 학비로 계산하면 2400만 원 수준이다. 이는 올해 대학 평균 등록금인 683만 원의 3.5배에 달한다. 하지만 이날 설명회에 참여한 학부모 대부분은 입학 신청을 위해 한 달 치 원비를 곧바로 선입금했다.

영어유치원 인기가 과열되는 가운데 만 2세를 대상으로 한 3세 반이 새로운 ‘엘리트 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3세에 영어유치원을 입학해 4세에 유명 영어유치원 ‘레벨 테스트’에 통과하고, 7세 때 초등학교와 병행할 대치동 ‘빅5’ 영어학원 레벨 테스트에 합격하는 것이 최상위층 영어 사교육의 정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29일 교육부에 따르면 하루 네 시간 이상 교습을 하는 영어유치원은 2018년 562곳에서 올해 831곳으로 6년 만에 47.9% 급증했다. 지난해 기준 전국 영어유치원생(生)은 4만1846명으로, 이는 만 2∼6세 인구(155만3480명) 중 2.7%에 해당한다. 서울 지역만 보면, 같은 연령대 인구의 7.1%인 1만7193명이 영어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른 나이부터 소득 격차에 따른 교육 격차가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사교육 양극화의 단면”이라며 “문제는 영어유치원 열풍이 사교육 진입 나이를 낮추고 사교육 과열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율 기자 joyul@munhwa.com

관련기사

조율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