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획량 2년새 2배 급증 이면
어선 침몰될 정도로 잡혔지만
대부분이 200g 이하 갈고등어
상품성 없어 사료·통조림 사용
전문가 “무분별한 포획 금해야”
부산=이승륜 기자 lsr231106@munhwa.com
지난 8일 제주 해상에서 발생한 대형선망 어선의 침몰 사고 원인으로 평소보다 많은 고등어 조업량이 거론될 정도로, 올해 ‘국민생선’ 고등어가 ‘대풍’을 기록했지만 어민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어린 고등어인 ‘갈고등어’ 비중이 크게 늘면서 자원 고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어획량 제한법 제정을 추진 중이지만, 어민들은 이를 비현실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9일 한국수산자원공단(FIRA)에 따르면, 올해 휴어기(음력 3월 15일~5월 19일)가 끝나고 본격적인 조업이 시작된 7월 1일부터 11월 8일까지 대형선망수협 소속 선사들의 고등어 어획량은 5만6294t으로 지난해 대비 50%, 2022년 대비로는 191% 증가했다. 국내 최대 위판 시장인 부산공동어시장의 고등어 위판량 역시 올해(1월 1일~11월 20일) 6만5808t으로 전년 같은 기간 6만670t보다 8.5%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고등어 ‘풍어’였는데 올해는 더 늘어났다. 이는 주로 제주 앞바다와 남해 동부 해역에서 이뤄진 것으로, 최근 제주 앞바다에서 발생한 고등어잡이 어선의 침몰 사고 원인 중 하나로 많은 어획량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대형선망 업계가 잡는 고등어 대다수가 크기가 작아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갈고등어인 것으로 나타났다. 갈고등어는 학명상 참고등어와 다르지만 부산에서는 200g 이하 어린 참고등어를 갈고등어로 부른다. 갈고등어는 살이 퍽퍽해 상품성이 떨어져 사료용으로 판매되거나 아프리카·동남아시아로 통조림 용도로 수출된다. 실제 올해 1월 1일부터 11월 20일까지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위판된 고등어의 88%가량(5만7819t)이 갈고등어였다. 지난해(4만7204t)보다 22.5% 급증했다. 2년 전(3만181t)에 비하면 배 가까이(91.6%)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어린 고등어의 급증이 어장 환경과 먹이 환경 변화 때문으로 추정하면서도, 자원 관리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진은 “성장 중인 물고기들을 많이 잡으면 바다 자원 관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조업 일수와 횟수가 전년 수준임에도 어획량이 크게 늘었다는 것은 우리 어선들의 어획 강도가 남획 수준으로 증가했음을 보여준다”며 자원 관리와 새로운 어업 기술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수산업계 일각에서는 지속 가능한 어업 정책을 통해 자원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부산시 관계자는 “어법상 큰 고기와 작은 고기를 구분해 잡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업계 반발도 커 어린 물고기를 잡지 말라고 하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현재 법적으로는 21㎝ 이하 고등어만 조업이 제한된다.
해양수산부는 어획량 제한 등을 담은 ‘지속 가능한 연근해어업 발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은 국회 계류 중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법이 제정되면 선단별로 어획량을 제한하고 안정적 소득 보장 제도를 마련하게 돼 어린 물고기 조업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수산업계는 “같은 어장을 공유하는 중국도 어린 물고기들을 잡는데, 우리만 손 놓고 있으라는 말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대형선망 업계 관계자는 “선도 좋고 큰 노르웨이 고등어가 잘 팔린다는데, 상대적으로 국내산 고등어의 경쟁력이 떨어질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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