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교육 양극화의 단면 : 영어유치원 4만명 시대
“연초 출산해야 적응하기 쉬워”
지방은 다른 市 ‘영유 원정’ 도
영어유치원 ‘3세 반’의 등장으로 영어를 중심으로 한 사교육 시장 진입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영어유치원 입학이 곧 대학 입시를 목표로 하는 사교육의 첫 관문처럼 여겨지면서 일부 부모들은 출산 전부터 ‘영유 준비’에 나서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방에서는 영어유치원 등·하원을 위해 직장을 포기하거나 ‘주말부부’를 택하는 학부모들도 나타나고 있다.
29일 교육계에 따르면 특히 명문고 등이 많은 학군지에서는 ‘이른생이어야 학습도 앞설 수 있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1∼3월에 태어난 아이를 ‘이른생’, 9∼12월에 태어난 아이를 ‘늦생’이라 부르는데, 이른생일수록 영어유치원 적응이나 레벨 테스트 합격에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다. 올해 3월 자녀를 출산한 성모(37) 씨도 남편과 계획하에 이른생으로 첫째를 낳았다. 성 씨는 “3∼4살 어린 나이부터 공부를 시작해야 하는 시대에는 생일이 빠른 아이들이 확연히 두각을 드러낸다고 주변 선배 부모들에게 익히 들었다”며 “남편과 결혼할 때부터 최대한 연초에 출산하자고 합의했다”고 말했다.
영어유치원이 적거나 없는 지방의 경우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이사를 하거나 직장을 포기하는 ‘신(新)맹모삼천지교’가 이뤄지기도 한다. 최근 남편이 경북 영천시로 발령을 받았다는 김모(40) 씨는 남편 직장 근처 30평대 아파트를 포기하고 직장까지 차량으로 40분 거리인 대구의 20평대 아파트에 입주했다. 영천시에는 6살 딸을 보낼 영어유치원이 없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지방에 살아 좋은 교육을 받지 못할까 두려운데 이 정도는 감수할 만하다”며 “멀리서 출퇴근을 하더라도 영어유치원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잡는 게 당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의 한 영어유치원에는 왕복 80분 거리를 매일 오가는 경주시 거주 원생이 있을 정도다. 경주시에 영어유치원이 단 한 곳밖에 없다 보니 인근 도시로까지 원정에 나서는 것이다. 경주시 거주 학부모 A 씨는 “등·하원에만 하루 3시간이 필요해 휴직할 수밖에 없었다”며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내지 않으면 공부에 집중해야 할 초등학생 시기가 힘들어질 것 같아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조율 기자 joyu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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