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 경제전망 보고서

중국업체 기술력 향상·저가공세
대중 무역수지 적자 지속될 우려


인공지능(AI) 열풍과 함께 지난해 3분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경기 상승 국면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달리 반도체 수출 물량은 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대 반도체 수출국인 중국의 기술력 향상으로 인해 저사양 반도체에 대한 자급력이 확대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철강·화학 등 전통적인 중간재 산업을 넘어 반도체와 같은 첨단 산업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빨라지면서, 향후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만성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29일 한국은행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반도체 경기 상승 국면에서도 수출 물량은 정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지난해 3분기 수출 물량을 기준(100)으로 놓고 보면, 같은 해 4분기 수출 물량지수는 101로 소폭 늘었으나 올해 1∼3분기에는 오히려 줄었다. 이는 과거 반도체 업황 상승기와 대조적이다. 클라우드 서버 증설이 일어난 2016년과 코로나19로 비대면 활동이 늘어난 2020년 상승기 때는 반도체 수출 물량이 각각 9분기, 7분기 연속 증가했다.

이는 중국 반도체 부문의 기술력이 향상된 영향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저사양 메모리 ‘DDR4’의 경우 올해 1분기까지 수출이 늘었으나, 하반기 들어 둔화되고 있다.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은 고사양 메모리 수출 주력으로 방침을 바꾼 데다, 창신메모리(CXMT) 등 중국 업체들이 DDR4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과잉 공급을 해소하기 위해 자국산 제품 사용을 장려하는 흐름도 있다”고 해석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제품을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도 증가하겠으나, 중국의 추격은 우리에게 큰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대중 무역적자는 지난해 180억 달러(약 25조1000억 원)로, 1992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윤용준 한은 국제무역팀장은 “대중 무역수지는 올해도 60억∼70억 달러 수준의 적자가 예상되고, 당분간 적자가 이어지거나 아주 소폭의 흑자가 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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