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 에곤 실레, 1912년, 패널에 유화 및 불투명 채색,  32.2 x39.8㎝, 레오폴트미술관 Photo: Leopold Museum, Vienna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 에곤 실레, 1912년, 패널에 유화 및 불투명 채색, 32.2 x39.8㎝, 레오폴트미술관 Photo: Leopold Museum, Vienna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오스카 코코슈카…. 이름만으로도 1900년대 모더니즘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이 서울에서 관람객들을 만난다. 오스트리아 레오폴트미술관의 엄선된 대표 소장품 191점으로 꾸려진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이 30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거장들의 대표적 회화는 물론 포스터, 그래픽 디자인, 드로잉, 사진, 가구, 공예품 등 장르를 망라하는 작품으로 채워졌다. 이를 통해 미술, 음악, 디자인, 건축 등 다방면으로 혁신적인 변화를 꾀했던 비엔나의 1900년대가 되살아난다. 이번 전시에 소장품을 대여한 레오폴트미술관은 오스트리아 모더니즘 미술에 큰 관심을 가지고 이를 수집한 루돌프 레오폴트(1925∼2010)와 엘리자베트 레오폴트(1926∼2024)의 소장품 약 5200점을 바탕으로 설립됐다.

큰 포플러 나무 II (다가오는 폭풍), 구스타프 클림트, 1902/03년, 캔버스에 유화, 100.8x100.8㎝, 레오폴트미술관 Photo: Leopold Museum, Vienna
큰 포플러 나무 II (다가오는 폭풍), 구스타프 클림트, 1902/03년, 캔버스에 유화, 100.8x100.8㎝, 레오폴트미술관 Photo: Leopold Museum, Vienna
전시는 프롤로그와 함께 총 5부로 구성됐다. 프롤로그부터 3부까지는 비엔나 예술계에 등장한 구스타프 클림트와 1897년 창립된 비엔나 분리파의 역사와 이념, 그리고 비엔나 분리파의 철학이 반영된 비엔나 디자인 공방을 소개하는 ‘앞세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후 4부와 5부는 에곤 실레로 대표되는 젊은 예술가들이 시도한 표현주의적 혁신적 경향과 특징들을 보여주는 작품이 배치됐다.

그동안 ‘황금의 화가’로 유명했던 클림트는 이번 전시를 통해 혁신가적 면모를 뽐낸다. 그는 기존의 틀을 깨고 예술에 대해 새롭게 사고하는 토대를 만든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젊은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예술로 표현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 비엔나 예술계가 모더니즘으로 전환하도록 이끌었다.

꽃병, 디자인: 콜로만 모저, 제작: 요한 뢰츠 비트베 (바칼로비츠 & 죄네 의뢰), 1900년경, 유리, 페노멘 그레 장식, 23.5x23.5x23.5㎝, 레오폴트미술관 Photo: Leopold Museum, Vienna
꽃병, 디자인: 콜로만 모저, 제작: 요한 뢰츠 비트베 (바칼로비츠 & 죄네 의뢰), 1900년경, 유리, 페노멘 그레 장식, 23.5x23.5x23.5㎝, 레오폴트미술관 Photo: Leopold Museum, Vienna
그중 특히 3부인 ‘일상의 예술로, 비엔나 디자인 공방의 설립’은 국립중앙박물관과 레오폴트미술관의 교차하는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부분이다. 예술적 장르를 과감히 허물고자 설립된 ‘비엔나 디자인 공방’이 집중 조명된다. 이들은 일상적인 물건도 예술적으로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하며 다양한 재질의 공예품들을 디자인하고 제작했다. 이와 같은 공방의 성격을 제대로 드러내기 위해 박물관과 미술관은 수차례의 토론을 통해 초기 전시 기획 단계에서는 계획되지 않았던 60여 점의 공예품을 추가하기도 했다. 디자인 공방이 초기 장식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던 것에서 1900년경 영국의 예술공예운동의 영향으로 점차 기하학적인 미학을 담는 간결한 디자인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장식’에 대한 서로 다른 철학 관념들이 넘실댄다.

‘총체예술’이라는 개념이 전시를 관통한다. 비엔나의 예술적 혁신가들은 조각, 회화, 디자인, 음악 등 모든 요소를 종합하며 ‘총체예술’을 추구하고 했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며 현재 비엔나의 분리파 전시관, 제체시온(Secession)에서 볼 수 있는 클림트의 ‘베토벤 프리즈(Beethoven Frieze)’도 이번 전시에 모습을 드러낸다. 디자인 공방에 이르러서는 일상과 예술을 통합한, 변화된 의미의 ‘총체예술’이 등장한다. 가구와 벽지 디자인, 스테인드글라스 공예, 바닥 무늬 등의 실내디자인을 예술로 승화시켜 구현한 공간은 일상과 예술은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는가 치열하게 고민했던 ‘총체예술’의 철학이 가득 차 있다.

한편 다음 달 2일에는 한스 페터 비플링어 레오폴트미술관장의 전시 연계 특강이 예정돼 있다. 박물관은 “특강을 통해 레오폴트미술관의 역사와 1900년대 비엔나에 대한 이야기가 특별히 소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3일에는 미술사연구회와 공동주최하는 전시 연계 학술대회가 열린다. 전시는 내년 3월까지 계속된다.

장상민 기자
장상민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