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빌보드 단골 진입하는데
세계적 권위 갖춘 시상식 없어
20여개賞 난립하며 하향평준화
역사·권위 갖춘 ‘초격차’ 필요
지난달 美서 열린 ‘마마 어워즈’
빅뱅 등 무대 영상 1억뷰 ‘돌풍’
화제성으로 ‘게임체인저’ 부상
“K-팝이 빌보드 차트에 올라갈 수 있을까?” 불과 10년 전까지는 꿈이었다. 하지만 이제 K-팝은 이 차트의 단골손님이 됐다.
이제 또 다른 질문이 나온다. “K-팝 시상식이 그래미와 같은 권위를 얻을 수 있을까?” 현재까지는 ‘노(No)’다. 여전히 한국에 국한된 ‘로컬(local)’ 시상식인 데다가 티켓 판매와 후원사에 목매는 ‘섭외’ 위주로 흐르기 때문이다. 이런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에서 벗어나 ‘한국의 그래미’로 거듭나려면 기존 K-팝 시상식과 차별화된 ‘초격차 시상식’이 등장해야 한다.
◇난립한 20여 개 K-팝 시상식…옥석 가리기 시급
인정받는 시상식이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역사와 권위. 전자를 위해서는 오랜 기간 명맥을 유지하며 꾸준히 열려야 하며, 후자를 얻으려면 스타가 몰리고 쇼의 완성도가 높아야 한다. 현재 20년 이상 개최된 국내 대중음악시상식은 골든디스크어워즈(38년), 서울가요대상(34년), ‘마마 어워즈’(MAMA·25년) 정도다. 그러나 한국음악콘텐츠협회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신설된 시상식만 10개 안팎이고, 올해만 3∼4개 추가됐다. 한 달 평균 2개 정도의 시상식이 열린다. 게다가 음악 생산 비즈니스와는 관계없는 언론사들이 친분을 앞세워 섭외에만 공을 들이는 시상식이 즐비하다. 당연히 시상식의 수준은 하향평준화됐고, 가요계에서는 “시상식 빠지려고 해당 기간에 해외 스케줄을 잡았다”는 말이 나온다. 1년에 20개가 넘는 ‘대상 가수’가 쏟아지니 K-팝 시상식 전체의 권위 역시 한없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
K-팝 시상식이 난립하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K-팝 그룹의 인기가 상승하며 그들을 섭외하는 것만으로도 ‘장사’가 된다. 대규모 팬덤이 기꺼이 티켓을 구매하며 대거 유입되기 때문이다. 사람이 몰리니 광고주들도 후원한다. 적잖은 K-팝 시상식이 동남아시아에서 열리는 것은 시상식을 명분 삼아 낮은 개런티로 스타를 데려갈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현지 후원사를 구하기 쉽기 때문이다. 다만 시상식의 질보다 양, 위상보다 돈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이처럼 발전없이 아시아 시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2024 마마 어워즈’가 K-팝 시상식 최초로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인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거리 돌비 극장에서 열린 것은 의미가 크다.
◇‘게임 체인저’로 등장한 ‘마마 어워즈’
‘2024 마마 어워즈’는 지난달 21∼23일(현지시간) 미국과 일본에서 각각 열렸다. 글로벌 음악 시장 규모 1, 2위 국가다. 북미 시장을 처음 공략하며 주최사인 CJ ENM이 중점을 둔 것은 공연(쇼 비즈니스) 중심이다. ‘상을 주고 받는다’는 도식을 깨고, 좀처럼 보기 힘든 슈퍼스타들을 모은 후 특별한 무대를 통해 공연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골자다.
‘2024 마마 어워즈’ 무대에 글로벌 스타인 브루노 마스, 앤더스 팩이 참여한 것이 대표적 장면이다. 브루노 마스와 로제는 그동안 대중이 뮤직비디오와 음원으로만 접하던 ‘아파트’(APT.) 무대를 최초로 선보였다. 지드래곤은 9년 만에 ‘마마 어워즈’ 무대에 오르며 그룹 빅뱅 ‘완전체’를 불러 모았다. 앤더스 팩과 박진영 프로듀서의 컬래버레이션은 전 세계 음악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들 모두 주요 부문 수상 후보가 아니다. 그래서 더 의미가 큰 무대였다. 그 결과 이 시상식은 개최 닷새 만에 영상 조회수 도합 1억 뷰를 돌파했다.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는 기획 의도를 갖고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시상식’이라는 모토를 실천한 결과다.
CJ ENM 측은 “팬데믹 이후 음악 시장이 ‘라이브’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공연 수요가 급격히 상승했다”면서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가 오프라인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건 괄목할 만하다.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시상식을 만들어야 글로벌 시상식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마마 어워즈’는 슈퍼 팬덤과 대중을 동시에 끌어안는 전략을 구사한다. 내로라하는 그룹의 팬덤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신인 K-팝 그룹을 발굴하거나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도 소개한다. CJ ENM은 “단순한 시상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완성도 높은 쇼이자 신진 아티스트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해 파워 IP(지식재산권)로서 ‘마마 어워즈’의 가치를 높이려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처음 열린 ‘마마 어워즈’ 무대에 선 박진영은 “궁극적 목표는 미국 일반 대중까지 K-팝 팬으로 유입하는 것이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이런 이벤트를 열어 노이즈(소음)를 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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