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4월 3일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한 음료 시음 행사가 열렸다. ‘메가 ADHD’라는 라벨의 이 음료는 기억력 상승과 집중력 강화에 좋다며 불특정 중고생들에게 건네졌다. 학생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이를 마셨다. 문제는 이 음료에 필로폰, 엑스터시와 같은 마약이 함유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다행히 피해 학생들이 마약에 중독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하지만, 해당 사건은 전례가 없던 마약범죄로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단속된 마약류 사범은 2만7611명으로 한 해 전인 1만8395명에 비해 50% 넘게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10대와 20대의 마약사범이 각각 207%, 44% 늘어나 전체 마약사범 중 35%를 차지하게 됐고 여성 마약사범 또한 79% 증가했다고 한다. 도대체 무엇이 마약에서 비교적 멀었던 사람들까지 유혹에 빠지게 만들었단 말인가. 합성 마약의 증가로 낮아진 가격, SNS의 발달로 높아진 접근성. 모두 납득이 가는 설명이다. 하지만 필자가 꼽은 가장 큰 요인은 따로 있다. 바로 ‘마약은 잡히지 않는 범죄’라는 착각이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SNS를 통해 마약을 주문하고, 특정 지역에 던져진 마약을 조심스럽게 가져오면 아무도 모를 거라는 착각. 정말일까. 하지만 이는 명백한 오산이며 ‘마약은 반드시 잡히는 범죄’라고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관세청이 잡은 마약사범 중 SNS의 익명성을 믿고 마약을 구매했다가 체포된 사람이 정말 많다. 익명성을 보장하는 걸로 유명한 SNS인 텔레그램도 다르지 않다. 올해 9월 텔레그램의 CEO인 파벨 두로프는 수사당국의 법적 요청이 있으면 사용자의 IP주소와 전화번호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SNS가 범죄에 대한 익명성을 보장해 줄 거라고 여긴다면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마약과의 전쟁’ 2년 차를 맞이한 관세청이 올해 3분기 동안 적발한 마약류는 총 623건, 574㎏이다. 이는 일 평균 2건, 2.1㎏에 달하는 양이다. 마약 단속에는 정보수집, 특히 국제공조가 중요한데 관세청은 주요 마약 공급국과의 합동단속을 정례화하는 등 그동안 쌓아온 협력 네트워크를 토대로 강력한 글로벌 마약 단속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3초면 신변에 은닉한 마약을 적발할 수 있는 밀리미터파 검색기를 올해 안에 전국 공항과 항만에 확대 배치하고 열화상 카메라 등 첨단장비도 확충할 계획이다. 해상을 통한 대형 마약밀수에 대응하기 위해 유관 기관과 협업해 수중감시 역량을 강화하고 지방 국제공항의 여행자 검사를 인천공항 수준으로 격상해 더욱 촘촘한 마약 단속망을 짠다. 이를 위해 검사 인력 증원과 마약 탐지견 추가 양성도 검토 중이다.
더 이상 마약범죄자가 달아날 구멍은 없다. 마약은 자신은 물론 가정과 사회를 파괴하는 큰 해악으로, 호기심과 한 번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위험하다. 윤석열 정부는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 구현’을 국정과제로 정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독자들도 마약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로 회복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했으면 한다. 우리 사회에서 마약을 없앨 수 있는 골든타임, 바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