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 개봉 ‘1승’ 감독 신연식
해체 위기 여자배구팀 이야기
“극중 대사, 나 자신에게 한 말”
신연식(48) 감독은 27세에 첫 영화를 만든 뒤 쉬지 않고 영화를 쓰고, 찍었다. 평가도 좋았다. ‘러시안 소설’(2013)은 부산영화제와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을 받았고, ‘동주’(2016) 각본으로 청룡영화상을 포함해 그해 국내 각본상을 휩쓸었다. 그러나 관객 10만 명을 넘긴 연출작이 한 편에 불과할 정도로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영화계에 뛰어든 지 21년째, 신 감독은 ‘1승’이 간절했다. 그리고 겉으로 보기엔 사소한 1승이 누군가에겐 피나는 노력의 결과물이자 우주와 같은 순간임을 말하며 응원하고 싶었다. 영화 ‘1승’(4일 개봉)은 그렇게 탄생했다.
‘1승’에서 송강호가 연기한 김우진 감독은 재능은 있지만, 한 끗 차이로 피어나지 못한 전직 배구선수.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던 그는 역시 패배가 익숙한 핑크스톰 선수들을 만나 함께 일어서며 1승을 향해 달린다. 2일 만난 신 감독은 “김우진의 대사 대부분이 사실 나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라며 “‘남들은 열 번, 스무 번도 이기는데 나는 왜 한 번을 이기는 게 힘드냐’는 대사를 쓰며 울었다”고 토로했다.
신 감독은 “정상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정상에 서게 된 건지, 재능은 있는데 삐끗하는 사람은 왜 그런지 살펴보고 싶었다”며 “남들에겐 사소한 1승이지만, 당사자는 그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는지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구 전략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경기 장면을 수차례 보여준 것 모두 과정이 디테일해야 한다는 맥락에서였다.
“그냥 열심히 해서가 아니라 ‘무엇을·어떻게·왜’ 열심히 했는지 충실히 보여주는 점이 다른 스포츠 영화들과의 차별점이에요.”
‘1승’은 한국 최초 배구 영화다. 신 감독은 물론 주연인 송강호와 박정민 모두 배구팬이다. 그런데 왜 여자 배구였을까. “아무도 하지 않아서”라며 웃은 신 감독은 “살을 맞대지 않지만, 네트를 사이에 두고 그 어떤 운동보다 치열하게 맞붙는다. 특히 여자 배구는 랠리가 길어 영화적으로 활용할 여지가 크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1승’은 신 감독이 ‘거미집’(각본), 디즈니+ 시리즈 ‘삼식이 삼촌’에 이어 송강호와 세 번째 호흡을 맞춘 작품. 이기는 사람의 비결이 궁금했던 신 감독에게 송강호는 승자의 대표 사례였다. 신 감독은 “송강호가 대사의 밀도를 높이는 방식에 충격받았다”고 했다. “촬영 첫날, 첫 테이크였어요. 네 차례 찍었는데, 대사 중 한 글자의 음 하나만 바꿔가면서 뭐가 제일 나은지 확인하더라고요. 분석력과 감각 모두 최고인 배우예요.”
영화는 기분 좋게 웃으며 끝난다. 스포츠 영화에서 그 흔한 신파는 흔적조차 없다. 신 감독은 “영화를 보고 기분이 좋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딸 아이와 함께 극장에서 볼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기획했어요. 유치원 다닐 때 기획했는데 이제 중학생이 됐네요.”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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