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상금 1위 한화클래식 폐지’로 후원 축소 우려
LPGA투어 213승 화수분 역할
고진영·김세영 등 스타들 배출
한화큐셀, 상금 17억 대회 중단
해외 투어 선수 재계약도 안 해
대회 한 번 개최에 20억~30억
후원업계 큰손 건설·식음료社
내수침체에 지원비 줄일 가능성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해왔던 한화그룹의 대회종료 선언으로 국내 골프 시장에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KLPGA투어는 올 한 해 1000만 관중을 동원했던 프로야구와 더불어 구름갤러리와 사상 최고 상금 규모로 프로스포츠 흥행을 주도했지만 내수 경기불황이 이어지면서 후원기업들의 지원중단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성적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213승을 올리며 세계최강의 ‘화수분’ 역할을 했던 KLPGA가 벙커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라진 ‘키다리 아저씨’= 한화큐셀골프단은 지난달 29일 골프 후원 운영 축소에 대한 입장문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한화큐셀은 올해를 끝으로 KLPGA투어 메이저대회이자 가장 많은 상금(17억 원)이 걸린 한화클래식의 후원을 종료한다. 현재 운영 중인 골프단 소속 선수 가운데 올해를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 5명과도 재계약하지 않는다. 한화골프단은 2011년 창단 후 13년간 국내외를 막론하고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했다. 현재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인 넬리 코르다(미국)도 2017년부터 6년 동안 한화의 로고와 함께 경기했을 정도였다.
KLPGA투어는 2022년 처음으로 총상금 300억 원 시대를 열었다.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해 대회 수가 줄었으나 오히려 총상금은 늘어 역대 최초로 대회당 평균 상금 10억 원 시대를 맞았다. 이와 관련해 KLPGA투어는 “2024년 정규 투어가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는 것은 스폰서의 상금 증액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한화클래식은 2022년 14억 원에서 2023년 16억6700만 원, 2024년 17억 원까지 꾸준하게 상금 규모를 키워 KLPGA투어에서 가장 큰 상금을 내건 대회가 됐다. 국내 골프 시장 성장의 긍정적인 효과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KPGA투어 역시 22개 대회에 역대 최고인 총상금 275억 원 규모로 열렸다.

그동안 골프업계의 ‘큰손’으로 활약하던 건설업계는 물량이 감소하며 이익률이 곤두박질쳤고, 소비둔화 등 내수경기 부진은 식음료 등 필수소비재 업계에도 적지 않은 비용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골프대회 개최 및 선수 후원은 우선순위에서 당연히 밀릴 수밖에 없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홍보비로 구분되는 골프대회 개최 및 선수 후원 비용은 가장 먼저 손을 댈 수밖에 없다.
골프계에 불어닥친 한파는 당장 골프업계 종사자에게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골프계 관계자는 “의류업계가 특히 더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스타급이 아닌 선수들은 당장 내년 대회에서 입어야 할 의류 후원사를 찾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LPGA에서 빛바래진 한국선수 = 올해 LPGA투어에서 한국선수들은 3승을 합작했다. 2011년 이후 최소 승수이고 주요 타이틀을 차지한 선수도 없었다. LPGA투어 역대 한국인 우승(213승)을 합작한 선수는 총 49명이다. 박세리가 25승으로 가장 많고 박인비(21승), 고진영(15승), 김세영(12승), 신지애(11승), 최나연(9승) 등이 뒤를 잇는다. LPGA투어에서 우승한 한국 선수 대부분이 KLPGA투어를 거쳐 LPGA투어에 진출한 선수들이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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