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했습니다 - 김민혁(35)·성정아(여·33) 부부

저(정아)와 남편은 모든 면에서 잘 맞았어요. 소개팅으로 처음 만난 날부터 운명이라고 느꼈죠. 식사를 마치고 2차로 칵테일을 마신 뒤 헤어질 무렵, 남편은 제게 “공원 벤치에서 간단하게 맥주 한잔하자”고 제안했어요. 선선한 날씨에 노상 맥주를 즐길 풍류를 아는 사람이라면 저와 잘 맞겠다고 생각했죠. 솔직히 큰 기대 없이 나간 소개팅에서 처음 보는 남자와 12시간을 꼬박 함께 있으며 신나게 이야기한 게 신기했어요.

두 번째 만남에 남편이 고백했고 전 당연히 받아들였습니다. 한 번의 만남과 대화만으로도 잘 맞는 커플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거든요. 만약 남편이 그날 고백하지 않았다면 제가 어떻게든 고백을 유도했을 거예요. 하하.

저희는 3년 연애 끝에 결혼했습니다. 결혼을 결심한 이유는 단순해요. 남편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었거든요. 연애하면서 남편은 제 삶에 온전히 녹아들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여행, 캠핑, 운동을 같이하고 제 친구들, 가족들도 함께 만나다 보니 어느새 제 옆에 있는 게 당연한 존재가 됐죠.

둘이 만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역시 프러포즈를 받을 때예요. 남편과 포르투갈,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는데요. 야간버스를 타고 마드리드로 넘어와서 이른 아침, 남편이 제게 프러포즈를 했죠. 고풍스러운 유럽에서 받은 프러포즈에 눈물 흘릴 법도 했지만, 그때 잠이 제대로 깨지 않아 어안이 벙벙한 채로 프러포즈를 받았던 거 같아요. 외려 제가 한 달 뒤 답 프러포즈를 했을 때 남편 눈가는 촉촉해지더라고요.

한 번도 다투지 않았던 저희는 결혼하고 처음으로 갈등을 겪었어요. 웹툰 작가인 남편은 마감 시한이 임박하면 탄산수나 제로 콜라를 많이 마시는데, 그 페트병들을 컴퓨터 책상에 한가득 쌓아뒀거든요. 남편이 마감이 끝나고 나서도 한참을 안 치우거나 혹은 치우라고 했는데도 그대로 두는 경우가 종종 있어 잔소리할 때가 있어요. 이게 저희 부부가 언성을 높인 유일한 일이랍니다.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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