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민(현대캐피탈)은 여전히 코트 위에서 살아있다.
현대캐피탈은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도드람 2024∼2025 V리그 2라운드에서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했다. 이 경기는 두 팀의 이번 시즌 두 번째 대결. 하지만 나머지 팀과 격차가 크게 벌어진 남자부 1, 2위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미리 보는 챔피언결정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큰 관심 속에 열렸다. 현대캐피탈(9승 2패·승점 26)은 이 경기에서 승점 3을 추가해 대한항공(8승 4패·승점 25)을 밀어내고 선두 탈환에 성공했다.
선두 경쟁을 하는 두 팀의 대결다운 경기였다. 현대캐피탈이 비교적 수월하게 1, 2세트를 가져왔으나 3세트부터 경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대한항공은 3세트 반격에 성공하자 4세트 막판까지 분위기를 유리하게 이끌었다. 4세트를 21-18까지 앞서며 마지막 5세트까지 승부를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문성민이 투입되며 경기 분위기가 급격하게 달라졌다. 현대캐피탈이 17-21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코트를 밟은 문성민은 18-21에서 정한용(대한항공)의 공격을 가로 막는 블로킹을 잡았다. 홀로 공격을 막기 위해 팔을 뻗은 문성민은 정확하게 정한용의 공격 시도를 막는 데 성공했다. 4점 차에서 3점, 다시 2점차로 추격한 현대캐피탈은 곧장 상대 범실 2개와 레오, 허수봉의 점수를 더해 내리 4점을 추가해 경기를 뒤집었다.
현대캐피탈은 24-23으로 승부를 뒤집은 상황에서 이준협의 블로킹으로 치열했던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치열했던 경기가 승리로 마무리되자 계양체육관을 찾았던 현대캐피탈 원정팬은 문성민의 이름을 크게 연호했다.
문성민은 2010∼2011시즌부터 V리그에서 활약, 이번 시즌까지 15시즌째 국내 코트에 서고 있다. 특히 2020∼2021시즌부터는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코트에 서는 횟수가 크게 줄었다. 1986년생인 문성민은 어느덧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현대캐피탈의 ‘얼굴’ 역할을 허수봉 등 후배에게 내주고 원 포인트 서버나 원 포인트 블로커로 코트에 서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날 경기에서 나온 문성민의 블로킹은 2024∼2025시즌 첫 득점이었다.
경기 후 만난 문성민은 "사실 첫 득점을 의식하고 들어갔다. 얼른 득점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솔직히 다음 세트를 준비하는 상황이라는 생각도 했는데 내가 득점을 하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최)민호도 서브가 강해지고 상대 범실도 나오는 걸 보면서 왠지 4세트에서 이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에 (이)준협이가 블로킹 잡는 걸 보니 오늘은 절대 질 수 없는 경기였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사실 문성민은 24-23으로 앞선 상황에서 서브 기회를 잡았다. 과거 같았다면 강력한 대포알 서브를 상대 코트에 꽂았을 문성민이지만 가볍게 서브를 넣는 데 그쳤다. 문성민은 "솔직히 10년 전이었다면 욕심을 냈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범실을 하면 분위기가 꺾일 수 있으니 어떻게든 코트에 넣어서 경기를 끝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인터뷰였지만 문성민은 이날 승리의 공을 후배들에게 돌렸다. 특히 주전이 아닌, 자신처럼 제한된 기회를 얻어 코트에 서는 아웃사이드 히터 이시우와 김선호, 리베로 임성하, 미들 블로커 정태준, 김진영 등 여러 후배의 이름을 차례로 나열했다. 그런 뒤 "블랑 감독님이 오시고 원래 잘하던 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한 번씩 투입되는 선수들의 실력이 엄청 늘어 팀이 단단해졌다. 과거 익숙했던 위치로 돌아갈 자신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오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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