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문 커지는 계엄선포 배경

긴급 담화 전까지 참모도 몰라
김용현 건의에 ‘오판’ 가능성
국힘서도 “액션플랜 없었던 듯”

탄핵추진 야당 향한 압박카드도


윤석열 대통령이 도대체 왜 3일 한밤중 느닷없는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정치적 자해 카드로 귀결될 것을 알면서도 탄핵·예산 등 입법농단을 일삼는 야당을 향해 ‘최후의 카드’를 꺼내 일종의 위력 과시를 했을 가능성, 김용현 국방부 장관 등 최측근의 비현실적 계엄 시나리오에 반색해 되돌릴 수 없는 정치적 오판을 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4일 여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정치 생명을 걸고 야당과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에게 계엄 카드로 위력을 과시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회의 계엄 해제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더라도 대통령에게 계엄이라는 카드가 있다는 점을 각인시키려 했다는 해석이다. 실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4시 27분 계엄 해제 사실을 알리며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농단, 예산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또다시 야당의 반헌법적 입법농단이 있을 경우, 정권의 명운을 걸고서라도 재차 계엄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당의 잇따른 탄핵과 예산안 강행 처리로 행정부 기능이 마비된 가운데 계엄 카드를 활용, 야당 입법농단의 위헌성, 불법성 등을 알리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계엄 카드는 반헌법적·반민주적이라는 점에서 윤 대통령이 헤어나올 수 없는 자충수를 둔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 무위로 돌아갈 김 장관의 비현실적인 계엄 건의를 덜컥 받는 정치적 오판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전날 윤 대통령의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오후 10시 28분)가 있기 한 시간 전까지도 대통령실 참모들은 계엄 선포 계획을 몰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계엄 선포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진 김 장관과 윤 대통령 등 2~3명이 독단적으로 이를 결단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국가안보실 핵심 참모, 비서실 핵심 참모 모두 윤 대통령의 계획을 한 시간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며 “정황을 봤을 때 전격적으로 실행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다만, 정권 소수 핵심 인사들은 큰 틀의 계엄 계획 자체는 수개월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과 김 장관 주도로 우발적으로 이 계획이 실행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 보니 국회 봉쇄 작업에 대한 면밀한 시나리오가 없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계엄을 지속하기 위해선 야당 의원들의 국회 본회의장 진입을 막았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가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이를 따라야 한다. 그럼에도 군·경이 국회의원보다 늦게 국회에 도착하고, 국회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시종일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급하게 결정하다 보니 액션 플랜 자체가 없었던 것 아니겠냐”고 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관련기사

손기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