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금융시장 ‘패닉’
원·달러 환율 2년 만에 최고
당국 환율안정 고강도 개입시
외환보유액 더 줄어들 가능성
시장 “투자심리 더 약화될 것”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6시간 만에 해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3일 밤 국내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원·달러 환율은 2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고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주요 코인의 가격은 급락했다. 국회의 4일 새벽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 이후 불안은 다소 진정됐으나, 정치적 불확실성이 시장 전반에 드리워져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15.2원 오른 1418.1원에 개장했다. 간밤 공황 상태에 내몰렸던 외환시장은 비상계엄 해제 이후 환율 상승 압력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오전 9시 주식·채권 시장이 개장한 뒤 원화 매도 흐름이 거세지면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이번 사태로 향후 한국 정국 불안이 확대됨에 따라 코스피와 한국 국고채 등 원화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4일 장중에서 외국인 자금 매도세가 본격적으로 확인될 경우 원·달러 상방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환율 안정을 위한 외환 당국의 고강도 실개입 등이 이뤄질 경우 외환보유액이 큰 폭으로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이 선포되던 3일 오후 10시 30분쯤부터 뉴욕시장에서 급등하기 시작해 1410원대까지 곧장 직행했다. 이후 1440원 선을 단숨에 돌파하며 4일 0시 20분쯤 1442.0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미국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인상되며 달러 초강세가 나타났던 지난 2022년 10월 25일의 장중 고점인 1444.2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의 하루 변동 폭은 41.5원(변동률 2.96%)에 달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2020년 3월 19일의 49.9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변동성을 나타냈다.
원화 가치가 속절없이 미끄러진 것과 달리, 달러화지수(DXY)는 3일(현지시간) 오후 5시 30분 기준으로 106.34를 기록하며 전일 대비 0.1% 낮아졌다. DXY는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로, 달러 가치가 낮아지고 상대적으로 엔·유로 등 통화 가치는 상승했음을 뜻한다. 주식시장 역시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3일 저녁부터 급변동하기 시작했다. 야간에 거래되는 코스피200 야간선물옵션지수는 3일 저녁 한때 5% 넘게 하락하다가 비상계엄 해제 후 낙폭을 줄이며 마감했다. 이 지수는 주식시장 정규거래가 종료한 후인 야간시간(오후 6시∼이튿날 새벽 5시)에 거래되는 선물 가격 지수로, 다음 날 개장하는 증시 상황을 예측해 볼 수 있는 지표다. 이날 오전 9시 코스피는 전장대비 1.97% 하락한 2450.76에 개장했고 코스닥 역시 1.91% 떨어진 677.59로 장을 시작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7시 30분 기준, 24시간 전보다 0.69% 떨어진 1억3446만 원으로 거래됐다.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주간에 1억3000만 원 선을 오르내렸지만 계엄 선포 직후부터 급락해 3일 오후 11시 기준으로 8800만 원대까지 추락했다가 이후 낙폭을 점차 회복했다.
김지현·신병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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