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것도 몰랐던 美 ‘당혹’

돌발상황에 ‘우려스럽다’ 표현
“민주주의는 동맹의 근간” 강조
“주한미군엔 아무 영향 없을 것”
4차 핵협의그룹 회의 등은 연기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이 사전 통보 없이 계엄을 선포한 것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이후 계엄 해제 소식에 “안도한다”면서도 민주주의가 한·미 동맹의 근간임을 분명히 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또 이번 사태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안보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3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앙골라를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지금 막 브리핑을 받았다. 밤사이 상황에 대해 자세한 내용은 보고받지 못했다”며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음을 분명히 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계엄 선포 몇 시간 뒤 낸 성명에서 “미국은 이 발표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 우리는 한국에서 우리가 목도하는 상황 전개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국무부 역시 수차례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자유민주주의를 연계로 한 동맹국인 한국의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에 대한 불쾌감과 당혹감도 드러냈다. 백악관 NSC는 계엄 해제와 관련한 문화일보 질의에 “우리는 윤 대통령이 우려스러운 계엄령 선포에 관해 입장을 바꿔 계엄을 해제하는 한국 국회의 표결을 존중한 것에 안도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주의는 한·미 동맹의 근간”이라며 “우리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민주주의’가 한·미 동맹의 근간임을 강조하며 ‘우려스럽다’는 표현까지 쓴 것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표현한 셈이다.

미 국무부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업무를 총괄하는 커트 캠벨 부장관은 이날 워싱턴DC의 한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우리는 중대한 우려를 갖고 최근 한국의 상황 전개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캠벨 부장관은 이어 “우리는 이곳과 서울에서 모든 급의 한국 측 인사들과 관여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나는 한국과의 동맹이 철통 같으며, 그들의 불확실한 시기에 한국의 편에 서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어떤 정치적 분쟁이든 평화적으로, 법치에 부합하게 해결될 것을 전적으로 희망하고 기대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깔린 발언으로 풀이된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 부대변인은 한국의 계엄령 상황이 미국의 핵우산 정책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 “어떤 인과관계가 있을지 추측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 역시 주한미군 태세에는 변함이 없다며 파장 최소화에 나섰다.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주한미군 태세 변화 여부 관련 질문에 “내가 아는 한 변화는 없다”며 “기본적으로 (주한) 미군에 영향은 없었다”고 답했다. 미 국방부는 4∼5일로 예정됐던 제4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제1차 NCG 도상연습(TTX)을 연기했다.

한국계 첫 미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앤디 김 의원은 이날 “한국 국회가 계엄 해제를 결의한 것은 중요한 조치이며 존중받아야 한다”며 “이번 계엄령 선포 방식은 국민의 통치라는 근본적인 기반을 약화하고 국민이 안보와 안정을 누려야 할 시기에 한국의 취약성을 극적으로 증가시켰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X에 올라온 한국 비상계엄 관련 글에 “이것은 충격적”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민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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