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  연합뉴스
남태평양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 연합뉴스


■ Global Focus

기후위기·오버투어리즘, 문화유산 위협


전쟁뿐 아니라 최근 들어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 위기와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도 문화유산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4일(현지시간) CNN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고대유적, 문화재를 위협하는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지난 2021년 갈라파고스 제도의 명물인 다윈의 아치 바위도 기후 변화 영향으로 무너졌다. 유네스코는 갈라파고스 제도가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점에 위치한 때문으로 분석했다. 3개의 해류가 교차하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보니 엘니뇨로 한층 거세진 태풍에 노출되면서 아치 바위의 침식이 빨라졌다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남태평양에 위치한 또 다른 섬인 이스터섬 해변의 침식 작용도 활발해져, 이 섬의 모아이 석상 바로 앞까지 해수가 들어찬 곳도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CNN 등은 4세기에 지어진 중국 간쑤(甘肅)성 북서부 둔황(敦煌) 사막 지대의 문화유산들이 습도 급상승·홍수·침수 등 이전에는 자주 발생하지 않았던 이상 기후로 동굴이 침식되고 벽화가 벗겨져 내리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전했다.

주거지 확장에 따른 지하 온도 변화도 문화유산에 위협이 되고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팀은 ‘커뮤니케이션스 엔지니어링’ 저널에 지난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지하 기후변화’가 도시 지반을 변형시키면서 ‘조용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짚었다. 지하 기후변화는 지하에 매설된 인프라에서 발생한 열 때문에 지표면 아래가 달궈지는 현상을 뜻한다. 지난 10년 이상 전 세계 도시 지하 100m의 평균 온도가 0.1∼2.5도 상승했다는 선행 연구 결과도 있다. 건물 난방관, 지하철, 하수도, 고압 케이블 등이 모두 열원인 탓에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일수록 지하 기후변화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땅속 온난화는 수십 년에 걸쳐 수㎜씩 지각의 팽창과 수축을 일으키며 건물의 구조적 변형을 유발한다고 노스웨스턴대 연구팀은 경고했다.

현지 주민들의 삶에 피해를 줘 각국의 골칫거리가 된 오버투어리즘도 문화유산의 주된 훼손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유네스코는 “베네치아가 기후변화와 지속적인 개발, 대규모 관광 등 인간의 개입으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훼손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올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처럼 코로나19 봉쇄 이후 보복관광에 나선 여행객들로 인해 자신의 삶은 물론 문화유산마저 위협받자 주민들은 당국에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했다. 이에 베네치아는 지난 4월부터 관광객들로부터 도시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비롯해 7개의 유네스코 등록 세계문화유산이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도 오버투어리즘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종혜 기자 ljh3@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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