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 감포읍 오류리 일대 동해안 송림이 소나무재선충병 창궐로 말라 죽어가고 있다.  산림청 제공
경북 경주시 감포읍 오류리 일대 동해안 송림이 소나무재선충병 창궐로 말라 죽어가고 있다. 산림청 제공


■ 산림청, 소나무재선충병 피해현장 점검

경주, 2년새 감염 6배로 폭증
감포해변은 누렇게 변해 고사

안동, 51㏊에 모두베기 추진
외과수술식 ‘수종 전환’ 진행

산림청 “지자체장 의지 중요
관광객 반발 넘은 제주 모범”


대전=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

“지방자치단체가 외부 민원·압력을 이겨내지 못하면 절대 소나무재선충병과의 전쟁을 이겨낼 수 없습니다. 한때 재선충 창궐지역이던 제주도는 감염목 모두베기에 대한 관광객들의 숱한 불만을 견디면서 뚝심 있게 밀어붙여서 결국 청정지역 전환에 성공한 것입니다.”

최근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극심한 경북 경주시를 방문해 시 관계자들과 현장점검 간담회를 가진 임상섭 산림청장의 간절한 호소다. 전국적으로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기세는 꺾이는 추세지만 일부 지역은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다. 경북 경주, 포항, 안동, 구미, 울산 울주, 경남 밀양, 경기 양평이 피해 극심 지역이다.

◇피해 전국 1위 경주시 “토함산 저지선 구축”=경북 경주시는 지난 2022년 2만 그루였던 감염 피해가 지난해 8만 그루, 올해 12만 그루로 2년 만에 6배나 폭증한 지역이다. 올해 재선충병이 나타난 전국 150개 시군 중 피해량 1위로, 말 그대로 재선충병 전쟁의 최전선이다. 경주시 전체 산림 면적 8만8700㏊ 중 소나무류 산림 면적이 3만700㏊(35%). 현재 경주시 전체 면적의 27%에 재선충병 피해가 발생했다. 감포읍은 행정구역 면적의 64%가 재선충 피해구역에 해당한다. 감포해수욕장 일대 도로변에 서 있는 해송 대부분의 솔잎이 누렇게 변해 말라 죽어 있다. 멀리 토함산으로 이어지는 경주 시내 방면 야산 송림은 수년 전부터 고사가 진행돼 산 전체가 아예 온통 회색빛이다.

경주시에선 지난 9월 특히 피해가 극심한 동해 바닷가 감포읍 일원 3000㏊를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한 상태다. 토함산, 불국사 일대까지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재선충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월동에 들어가는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방제 총력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재선충병이 토함산을 넘어가지 않게 하는 것이 마지노선”이라며 “감염목과 감염우려목 모두베기 등 강력한 수종전환 방제를 실시해 확산 저지선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임상섭 산림청장이 경북 경주시 감포읍 소나무재선충병 현장을 방문해 적기 방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최근 임상섭 산림청장이 경북 경주시 감포읍 소나무재선충병 현장을 방문해 적기 방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경북 안동시 51㏊ 수종전환 방제 추진=경북 지역의 또 다른 소나무재선충병 창궐 지역인 안동시 임동면 임하댐 취수탑 주변을 찾았다. 재선충병이 반복적으로 발생한 특별방제구역으로 재선충병에 대응한 가장 강력한 외과적 수술로 통하는 수종전환 방제가 실시된 곳이다. 취수탑 주변 집단감염목으로 뒤덮였던 야산은 나무가 모두 잘려나가 민둥산으로 변했다. 감염목만 선별해 처리하는 단목 방제 대신 효율성이 높은 모두베기가 진행됐다. 이곳은 기후변화에 강한 수종으로 대체 조림이 실시된다. 안동시 관계자는 “수종전환 방식은 방제 효과가 높고 산주 역시 원목생산자에게 나무값을 받을 수 있어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안동시는 내년 5월까지 감염림 51㏊에 대한 수종전환 방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단체장 관심·의지 가장 중요”…제주도 방제 성공사례 배워야=재선충병 방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자치단체들은 한때 전국 최악의 창궐지역이었다가 5년 만에 청정지역으로 변신에 성공한 제주도의 방제 모범사례를 귀감으로 삼을 만하다. 2013년 제주도 전역의 감염목은 약 54만 그루에 달했다. 피해 범위는 도 소나무림 면적의 39%인 6381㏊로 확대됐다. 하지만 범도민 차원의 대대적 방제 작업으로 2014년까지 감염목 전량을 제거했고, 항공방제와 수시 지상방제로 매개충 개체수를 줄여나갔다. 연인원 11만 명 이상의 대규모 인력이 투입됐고, 장비와 차량 2만7000대를 동원하는 등 갖은 노력 덕분에 2016년부터는 신규 감염목을 크게 줄였으며, 2024년 4월 기준 2만 그루 수준으로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

제주도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의 성공 요인은 당시 우근민 지사의 강력한 관심과 의지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2013~2016년 당시 제주도 세계환경수도추진본부장·서귀포 시장을 역임했던 현을생 전 서귀포 시장은 “우 전 지사는 소나무재선충병과의 전쟁 선포를 통해 강력한 방제 의지를 내비쳤고 도민과 공직자 모두에게 방제의 중요성을 각인시켰다”고 회고했다. 우 전 지사는 당시 현 전 시장에게 “직을 걸고 재선충병 방제에 앞장서라”는 지시까지 내렸다고 한다. 현 전 시장은 “체계적인 방제 전략과 지역 맞춤형 대응도 중요하다”며 “재선충병의 확산 경로와 피해 범위를 명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방제 방법을 채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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